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 드브로브니크에 드디어 입성을 하였다. 시인 바이런은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하였고 소설가 버나드 소는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고 극찬을 한 곳이다. 이곳은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일 뿐 아니라 가장 많은 볼거리를 기대하고 있었던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이 이번 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아 기대도 컸다.
이 지역은 91년 유고 연방이 붕괴되면서 내전이 발발하였을 때 국경선을 두고 가장 치열한 격전이 벌어진 곳이다. 크로아티아는 유고 연방에서 분리 독립할 때 아드리아 연안을 남북으로 모두 다 차지하지 못하였다. 이태리와 접경지인 북쪽 끝 자락 즉 Piran지역은 슬로베니아에게 엄지발가락만 한 해안을 내어주어야만 했고 남쪽 허리 부분은 보스니아에게 새끼발가락만큼 내어 준 후에야 비로소 지금의 국경선이 확정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육로로 이곳에 들어가려면 보스니아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야 한다. 출입국 수속 절차가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다들 기피하는 드브로브니크 입성 코스다.
그래서 외국 관광객이나 이곳 주민들은 Split나 또는 인근 항구에서 배편으로 많이들 드브로브니크에 들어간다. 우리도 배편을 이용하기 위해 Ploce에서 1시간 배를 타고 반도 땅 Orebic지역으로 건너갔다. 서쪽 바닷가에 자리 잡은 석양 전망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Orsan Hotel에 이틀간 머물기로 하고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호텔에서 지척 거리에 있는 선착장으로 가서 다시 20분간 배를 타고 Korcula란 작은 소도시가 있는 섬으로 건너갔다. 여기서 다시 쾌속정으로 바꿔 타고 2시간을 달리고 달려 드브로브니크에 아주 힘들게 들어갔다. 배만 세 번씩이나 타야만 했던 힘든 드브로브니크 입성길이었다. 그렇치만 이 모든 탑승 절차를 우리의 대장 Mr.Klaus 씨가 편하게 잘 리드해 주셔서 별로 힘들지가 않았다.
나를 제외한 함께 여행한 일행 모두가 공수병 환자 같았다. 아드리아 바닷가로 나온 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람선이나 Sunset Cruise 한번 타보자고 여러 번 신호를 보냈는데도 모두가 들은 척 만척하였다. 오히려 나보고 왜 마도로스가 되지 않았느냐는 핀잔까지 주었다. 우리 같은 갯가 출신들은 물만 보면 무조건 들어가고 싶어 지고 비린내만 맡아도 생선회 생각에 금방 배가 출출해진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번에 타고 내려온 크로아타아 해안도로를 코스를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 겪어본 나의 자가 Driver 여행 경험으로는 여기가 세계 최고의 Coastal Road 인 것 같다.
드브로브니크는 각종 매체를 통해 하도 하도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재론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진주보다 더 아름답다는 옛 성곽과 구 도심, 테라코타로 만들어 화려한 지붕 색깔 그리고 아드리아해의 환상적인 바다 물빛, 이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 만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미리 작심을 하고 들어갔다.
이것들 보다는 사실 들어가고 나오는 길이 훨씬 더 큰 즐거움과 깊은 감명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아드리아 연안을 달리는 크고 작은 여객선 갑판 위에서 바라보는 숨 막히는 이곳의 아름다운 바다 풍광들, 감탄사가 나오기 전에 음치인 내 입에서 노래가 저절로 터져 나와 버렸다. 이태리 원어로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Oh, sole mio'를 입속으로 끝까지 의미를 씹어가며 한번 가만히 불러 보았다. 그러나 기분이 영 차지 않았다.
아쉬움을 달래다 돌아오는 배편에서는 드브로브니크에서 마신 와인의 알코올기에 힘을 얻어 어느 나라 민요인지 가곡인지 확실히는 잘 모르겠으나
'집을 멀리 떠나서 외로운 밤 여러 날 오늘은 남쪽 바다 섬들을 찾아왔네
푸른 물은 춤추고 흰 돛단배가 오며 햇빛은 찬란하게 온누리를 비춰도
어아라 이 마음엔 검은 구름 쌓이고 갈 길만 아득하게 무서워만 가누나.
제법 큰 소리로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잡고서는 제법 멋들어지게 불러 보았다. 아! 이래서 이런 노래가 나왔구나를 실제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경치였다.
첫 번째 배에서 내렸는데도 바다 위에서 취한 감정이 쉬이 가라앉지를 않고 계속 따라다녔다.
세 번째 배를 바꿔 탈 즈음 오늘 마지악 해가 바닷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딩! 딩! 잔잔한 석양 파도를 타고 Korcular 성당의 종소리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내 귀에 들려왔다. 아니 이건 또 뭐야? 갑자기 50년대 노래 한 구절이 머릿속에 확 떠 올랐다
황혼이 짙어 갈 때 빌딩의 그림자 성스럽게 들러오는 성당의 종소리 걸어가는 발자국마다 눈물 맺힌 내 기품 죄 많은 과거사를 돌이켜 볼 때에 아! 아! 산타마리아의 종이 운다.
맞아! 우리 같은 뽕짝 세대는 우리 노래가 제격이야. 한 소절 따라 부르고 나니 비로소 취한 기분이 정상으로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