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이즈 / 집에서 직접 만들기
가끔 작업을 하다 보면 작품에 맞는 특이한 캔버스 사이즈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작업노트에 메모를 해두고 실제 만드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림 위에 그림 또 그림 위에 그림 같은 레이어 작업을 진행 중이라 대형 캔버스 틀이 많이 필요하다. 일반 캔버스 틀처럼 정 왁구나 기타 왁구처럼 틀을 고정시키는 중간 틀이 필요가 없었다. 캔버스 틀에 캔버스 틀을 씌우는 것이 아니라 뒤가 다 비치는 실크천을 씌우기 위해서이다.
이곳 남아공에서는 철물점이 무지하게 크다. 일반 사람들이 가구도 만들고 그밖에 집수리도 직접 할 정도이니 철물점이 정말 근사하게 잘 되어있다. 나무도 목재와 사이즈별로 잘 진열되어 판매한다. 사실 목재를 사러 가는 과정과 만드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실패할 수 도 있다. 아트샵에서 캔버스 사이즈 비슷한 것 맞춰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점들이 있었다. 캔버스 틀을 직접 만들어서 좋았던 것과 방법에 대한 경험적인 생각을 적어보았다.
캔버스 틀을 직접 만들면 좋은 점
첫째, 목적에 맞는 사이즈와 형태를 마음대로 제작할 수 있다. 시중에 나온 캔버스는 종류도 사이즈도 다양하지만 그 외의 사이즈를 직접 정해서 만들 수 있다.
둘째,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게 된다. 캔버스에 그림만 그리다가 캔버스 제작을 직접 하게 됨으로써 액자 틀과 그 밖에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캔버스 틀을 좀 더 두껍게 만들면 어떨까? 혹은 캔버스를 다른 모양으로 변형하여 공중에 달아보면 설치 그림이 되는 셈이다. 사실 캔버스를 화방이나 주문하여 사면 시간이나 노동이 절약되긴 한다. 하지만 캔버스 나무틀을 고를 때 어떤 목재가 좋은지 고르는 과정에서 다른 여러 가지 나무들도 볼 수 있고 만들면서 시행착오도 할 수 있다.
셋째, 액자를 만들 수 있다. 유리가 있는 액자만 아니면 어떠한 액자틀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어차피 캔버스 틀을 만드는 과정이 일반 액자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셋째, 저렴하다. 목재와 캔버스 천만 사서 제작하면 되므로 원가 비용만 드는 셈이다. 보통 50호 캔버스는 가격이 8만 원 이상이 필요한데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은 3만 원 안팎이다.
캔버스 틀 만드는 방법
(준비물: 목재, 목공 본드, 타커, 마스킹 테이프, 드릴, 전기 목재 톱 Mitre Saw)
첫째, 원하는 사이즈를 정한다. 사이즈에 맞게 자를 수 있게 목공소에 부탁을 해봐도 좋다. 본인은 나무를 직접 사 왔다. 세로 210cm 길이와 가로 85cm 길이가 필요했다. 직사각 나무의 두께는 2.5cm이다. 문 사이즈의 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목공소에서 어느 정도 크기로 잘라와서 집에 있는 Mitre Saw (나무 자르는 기계)로 잘랐다. (목공용 기계는 위험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다룰 줄 알고 사용하길 권장한다)
둘째, 나무 끝은 45도 각도로 잘라준다. 대부분의 액자 틀과 캔버스 외각은 45도 각도로 되어있다. 45도 각도의 끝부분이 다른 45도 나무 끝과 만나면 틀을 지탱하는데 제일 튼튼한 것 같다.
셋째, 목공용 본드로 잘라놓은 45도 각도에 잘 맞춰서 외각을 붙여놓고 마스킹 테이프로 고정시켜준다. 어느 정도 나무의 틀을 고정시켜주는데 도움이 된다. 그 위에 목공용 타커를 이용하여 사방을 고정시킨다.
이상태로 본드가 다 마를 때까지 5시간 기다린다. 작업할 양이 더 있다면 마를 때까지 하루는 다른 작업을 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
넷째, 틀이 어느 정도 굳어지면 캔버스 틀을 뒤집어서 약간의 나무 조각을 더해준다. 이때는 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낸 후 나사못을 이용하여 박게 되면 더 견고해진다. (이 부분은 본인처럼 캔버스 틀만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권장한다)
기존 캔버스 사이즈에 내 작업 틀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작업에 맞는 맞는 틀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다. 작품을 제작하고 그리는데 좀 더 능동적으로 바뀌게 되고 그 속에서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