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나의 내면을 열어야 논문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붓을 정말 얼마 만에 잡아보는지.. 책상에 앉는데 뭔가 낯설다.
계속 논문 작성하느라 글만 쓰고 글만 읽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는지.. 씨름 끝에 어느 정도 갈피를 잡은 것 같다. 사실, 초안을 작성하면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참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글을 쓰며 내가 이 연구를 왜 해야 하며 이것이 내 인생에 왜 중요한지 깨닫는 순간이 왔다. 논문은 그저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부분의 질문을 토대로 문학사와 방법론을 이끌고 가는 학술적인 부분으로만 생각해왔다. 그렇게 거의 1년 8개월이 흐른 것 같다. 생각 없이 작품만 만든 것 같다. 아니 그냥 마구잡이로 그린 것 같다. 아무런 계획 없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나..
논문은 나의 인생 이야기와 내 내면에 풀고자 하는 것을 여는 것이었다. 연구하는 목적은 사실 나의 내면의 갈구함과 그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문학이든 사회, 예술 그 어떠한 분야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 자신을 열지 않고 연구 질문을 찾는다는 것은 마치 바닷가에서 목적 없이 헤엄치는 그런 기분일 것이다. 이번 초안에 도움을 많이 준 학회 선배와 의학 선생님의 도움이 엄청 컸다. 나의 언어, 한국적인 사상과 정서를 타국의 언어와 타국의 사상과 분위기로 그에 매끄러운 표현을 하기란 정말 넘기 어려운 산과 같았다.
아주 천천히 멈추지 않고 조금씩 계속.. 한다면 언젠가는 내게도.. 실오라기 같은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계절이 변하는 자연을 보며 배울 수 있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는 자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