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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Oct 29. 2019

너 안 그러면 망태 할아버지 온다!

이건 정말 내가 생각해도 최악의 육아법인 듯하다…

도대체 망태할아버지가 뭔지… 요즘 틈만 나면 두 아들한테 써먹는 소리다.

밥 먹을 때, 화장실 다녀와서, 놀다가 짓궂게 장난하면 꼭 써먹는다. (남자애 둘은 엄마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장난이 심할 때가 있다) 그리고 자기 전에… 얼마나 자주 쓰면 두 녀석 계속 따라 한다. 


“도현아 너 자꾸 그러면 망태할아버지 온다.” 

“정현아 너도 망태할아버지 온다.” 


애들 앞에서는 정말 말을 늘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뭐든 따라 하고 흉내 내니 말이다. 그것도 특히 내가 나쁘게 말한 말, 애들이 잊었으면 하는 말은 어찌 잘 기억해서 따라 하는지..


이 망태할아버지는 겁줘서 애들을 못하게 하거나 내 마음대로 잘 안 따라와 줄 때 써먹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이 망태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뭔가 유령 같은 존재이다. 


“ 너 안 그러면 망태할아버지 온다!” 


“아.. 엄마 무서워.. “


남자 애들을 키울 때는 야단치는 것보다는 논리에 맞게 설명하는 편이 좋다고 들었다. 근데, 실상은 우선 겁부터 주게 된다. 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착한 어린양 이 된다. 애들에게 겁줘서 말듣 게 하는, 이건 정말 내가 생각해도 최악의 육아법인 듯하다. ㅜㅜ 난 정말.. 자격이 없는 엄마인가? 애들 때는 괜찮겠지..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하는 나날을 보내는 요즘이다. 


이곳 남아공은 밤만 되면 하늘에 별이 뜨고 깜깜하다. 공기는 맑고 낮에는 햇살이 엄청 따갑고 세다. 그러나 밤이 되면 시골 같이 많이 어두운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밤만 되면 어둠을 무서워한다. 온통 집안이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정전도 된다. 사실, 이곳 남아공은 전기공급이 우리나라처럼 잘 되질 않는다. 예전 아파르 테이트 사건 이후로  아프리칸 흑인정권을 잡으면서, 모든 국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기에 전기가 많이 부족했다고 옆집  조이스 할머니가 말해줬다. 그 전에는 모든 정권과 시설, 혜택이 백인들을 위한 것이어서 전기 부족할 일이 없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시기 전 후로 더 그렇다.  남아공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 설 명절과 같이 가족끼리 모이는 큰 행사가 있는 날이다. 12월쯤 되면 전기를 좀 절약해야 돼서 정전을 하루에 2시간 간격으로 한다. 특히 밤에  정전이 되면 불편하다. 마을이 온통 어둠에 둘러싸여 앞이 보이질 않게 된다. 





그때는  나도  차마 망태할아버지를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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