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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Apr 01. 2020

플레이 스케이프

(Play + Landscape) 놀이와 풍경


 

창조활동을 놀이로서 해석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서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창조행위와 목적 그리고 의미와 방향성 이상의 것이 되는 것이다.


작업하다 문득 내 비단그림과 놀이의 뜻이 담긴 단어에 대해 고민해 봤다. Playscape란 말이 떠올랐다. 이는 Play + Landscape 놀이와 풍경을 결합한 단어이다.  풍경화 그림처럼 보이는 작품이 놀이로서 재 탄생하는 것이다. 놀이는 직접적이고 능동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반면 풍경은 감상적이고 수동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놀이와 풍경의 만남은 능동에서 수동으로 혹은 감상에서 참여로 발전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놀이는 그 자체로서 즐거움과 쾌감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차후의 좋은 목적이 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Root-Bernstein 1999, 612p) 실크와 스크린을 가지고 노는 일은 나의 창조활동에 단순히 즐거움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사적인 공간에서 작업을 하면서, 실크로 얼마나 즐기며 가지고 노는가와 연관이 되어있다. 창조작업을 놀이로 해석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서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창조행위와 목적 그리고 의미와 방향성
이상의 것이 되는 것이다. 

 

본인이 추구하는 작품과 감상은, 그림을 벽에 전시하고 관람객들이 그저 작품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공간 안에 다양하게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림과 틀 그리고 공간이 서로 소통을 하는 것이고 각 가지고 있는 그림 화면이 다른 화면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 함으로써 서로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화면상의 이미지와 거리상의 이미지 그리고 공간 안에서의 위치를 통한 또 다른 스토리를 제공하게 된다. 본인의 레이어 그림은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경험 미처 말하지 못한 사실들을 이미지화하여 공간에 배치하였다. 


이제  공간 안에 관객이 들어오게 된다. 그들은 자신만의 경험과 보이지 않는 레이어라는 안경을 쓰고 이 공간에 들어가게 된다. 각자만의 이야기로 작품과 첫 만남을 갖게 된다. 관객은 자라온 환경과 어린 시절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고 떠나왔던 시절이 있다. 이러한 기억들은 보이지 않지만 겹겹이 레이어로 존재하게 되고 특별한 사건이나 순간을 만났을 때 우연한 감동이나 충격을 받게 된다. 마치 어린 시절 놀이를 통해 즐거운 상상과 관찰을 하고 스스로 그렇게 터득해 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놀이를 통한 감동은 기억이 오래가고  성장하는 힘을 길러준다.  


본인의 전시 계획은 그림을 통해 관객이 자신만의 레이어와 작가의 레이어 그리고 그것을 실제 공간에서 느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작품 캔버스와 캔버스 사이의 설치는 사실 관객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배치가 되기도 하고 그 보다 폭이 좁게도 설치되어 관람객의 동선을 방해할 수도 있다. 미로와 같은 곳을 지나며 그림과 그림 사이를 지나가며 자신의 위치를 측정해볼 수 있다.  


2019년도 남아공 콰줄루나탈 미대 대학원 CVA동기들과 그룹 전시 KZNSA 갤러리에서, 본인 작업 전시 중 관객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20대 초반의 관객들은 작품 앞에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레이어 그림과 그림 사이를 오가는 행위 등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이는 그저 그림 감상이 아닌 그림과 관객이 하나가 되어 사진으로 남기며 그것을 친구들에게 공유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에 반응을 하였고 직접 작품과 하나가 되려는 퍼포먼스를 보여왔다. 작품과 관객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멀리서 그들을 감상하는 또 다른 관객이 되었다.  




사실적인 묘사와 풍경 그림은 분위기를 진지하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사적이며 개인적인 기억을 묘사를 통해 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진지한 느낌을 한 공간에 두고 놀이공간으로 변형시킨다면 그 느낌은 많이 다를 것이다.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실제로 작품과 작품 사이를 걸어보고 느껴보며 그림 속의 자신과 타인의 거리 그리고 수많은 레이어 사이에서의 중간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풍경과 놀이를 경험하는 것이다. 진지함에서 놀이라는 공간을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관객은 그것의 리미널리티를 경험하게 된다.   

   




커버 사진: https://archpaper.com/2015/03/walking-steel-daniel-steegmann-mangrane-creates-steel-curtains-cuto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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