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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Jun 04. 2020

그리는 습관

나의일을 "나의 일 답게" 해 주는 것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난 여러 역할을 해야 했다. 


 점점 나에 대해 잊어버렸다. 내게 부여된 여러 일들이 나를 잊게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좋아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그림이었다. 


 지금은 왜 이렇게 사소한 기쁨이 없는지, 긴장되는 순간이 없는지 무료해지는 감정이 맴돌 때가 많다. 내가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어렸을 때 작은 것 하나에 긴장하고 설레며 잠 못들 정도로 기쁜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난 매일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어쩌다 한 번씩이 아니라 매일 짧은 순간이라도 말이다. 


그리는 순간만은 다시 내 모습으로 돌아감을 느낀다. 때로는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 학창 시절로 돌아가 돈이 없어 수채화 물감 짜서 쓰다 쓰다 붓으로 물감 꼬다리 파서 쓰던 시절, 친구랑 쉬는 시간마다 세븐일레븐에 가서 컵라면 사 먹고 선생님께 걸릴까 봐 긴장하며 행복해하던 순간으로 날 되돌아가게 만들어준다. 그림을 그리면 내게 있던 추억의 순간으로 날 돌아가게 한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단순히 내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 이외의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때를 회상하게 만들었고 나를 더 나되게 만들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백지 종이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없는 무언가에서 있는 무언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나는 왜 그림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단순히 내가 그림을 그리고 대학원 공부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림은  내 어린 시절 함께 해왔던 나의 짧은 한 역사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그 역사서를 매일 펼쳐보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 글을 쓰는 것, 운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는 미술을 하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나를 단련한다거나 창의적 활동을 함에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쉽고 간단하게 시작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더라도 짧게 시간을 맞춰 시작해 보았다. 그러니 어렵지 않았다. 단순히 동그라미 몇 개로 풍선을 그려봐도 된다. 다음날은 사과,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보이지 않게 그리는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그래야 부담이 없어 다음날에도 계속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추억으로 하던 또는 왕년에 열심히 하던 일을 부담 없이, 다시 시작하고,  매일 하게 되면 나를 되돌아가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그것도 매일 조금씩.. 그러면서 나는 그 일을 했다는 성취감을 갖게 되고 나를 찾았다는 기쁨과 만족으로 또 다음일의 시작점을 마련해 준다. 그것은 운동이 될 수도 있고 집안 정리가 될 수 있다. 그것도 쉽고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리는 일을 쉽고 습관화할 수 있게, 그 일이 너무 쉬워서 포기조차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간단해야 한다.  이것은 나의일을 "나의 일 답게" 해 주는 것이다. 내가 나 다워지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간단히 매일 끄적일 수 있을까?


   

우선 종이와 연필을 든다. 그냥 그린다. 때로는 구상하거나 계획 없이 그려보는 게 더 편하게 그릴 수 있는 것 같다. 뭘 해야 할지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끄적거리는 것을 추천한다. 


끄적거리다 보면 재미가 생긴다. 어린아이들에게 종이와 연필을 쥐어주면 몇 초도 지체하지 않고 아무거나 그리는 것을 보게 된다. 그만큼 아이들은 종이와 연필 혹은 크레용은 놀이의 도구이지 이것으로 완성해야겠다는 계획이나 의도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절대 10분을 넘지 않는다. 10분이 넘는 순간 매일 할 수 없어질 수도 있다. 그리는 게 부담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단 이는 개인의 차이가 있다. 10분이 되었는데도 더 하고 싶어 지면 더 그려도 된다.)


짤고 간단한 그림만 그린다. 어려운 그림을 그려야 된다면 그것은 습관 같은 일이 아닌 뭔가 일적이고 과제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좋아하는 재료로 시작하자. 각자에게 맞는 재료를 골라 그리는 것이다. 사실 펜이나 연필이 가장 좋다. 따로 구할 필요가 없는 도구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필기구이며 바로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필이나 펜 아님 물감이라면 그것으로 그릴 수 있도록 생각한다.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구하는데 귀찮다면 종이에 아무거나 끄적거리면 된다. 사실 주변에 있는 사물을 어떤 것을 그려봐도 된다. 쉽게 찾아보자! 습관이란 것은 동기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의지력이 더 중요하다.(스티븐 기즈) 의지력을 가지려면 우선 재미있고 쉬어야 한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더 나을 때가 있다. 

매일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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