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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Jun 21. 2020

밖으로 나가자!

“얘들아 밖에 나갈래?” 

“아니, 이거 다 놀고 가면 안돼? 우리 그냥 내일 나가자 엄마.”


요즘 작은 일을 몸에 습관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스스로 더 멋져보고 싶어서라고 해야 하나?  무기력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졌다. 그간 뭐 때문에 못했고, 날씨 때문에, 감정적으로, 귀찮아서.. 별에 별 이유 아닌 이유를 다 꺼내놓고 못한 일이 많았으니. 이젠 좀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작은 습관들.. 그중 하나가 산책이다!


“단 5분이라도 좋으니 밖으로 나가자.”


옷을 주섬주섬 입고 개 끈을 묶는 일이 항상 나와의 싸움이었다. 귀찮아서..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그걸 매일 할 자신도 없었다. 다만 산책은 꼭 하고 싶었다.  


우리 가족은 감사하게도 집 대문 밖에만 나와도 남아공의 등 푸른 초원,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아침마다 새소리와 노루들이 뛰어놀고 대 자연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남아공은 자연이 푸르르고 대지가 넓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연보호를 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 이런 곳에 수년간 살면서 이렇게 매일 자연을 걷지 못했다.  이놈의 귀찮음 때문에…

집 앞 들판에서 (이곳 남아공은 지금 초겨울..)

산책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하면 안 된다. 5분 안에만 들어오자라는 생각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애들과 두 멍멍이들과 함께 나가는 것 이것저것 챙기는 귀찮음만 감수하면 된다. 싫으면 나갔다 들어오면 되니까.. 문 밖에 나게는 게  중요했다. 


아침에 한번, 오후에 한번! 총 두 번씩.. 각각 5분만 나가자는 식으로.. 이렇게 목표를 아주 쪼끔 하게 잡았다. 뇌는 큰 변화를 무서워하니까.. 들키지 않게 말이다.


오전에는 혼자 동트는 아침과 숲의 기운을 내 멍멍이들과 맞이한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뇌가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뭔가 창조적 활동을 잘할 것이라는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돌아온다. 나가서 그저 숲을 밟고 온 것 밖에 없다. 어디까지 반드시 찍고 오겠다는 것도 없이 가고 싶은 곳을 개들과 갔다 온다. 느긋하게.. 나만의 새벽 일과를 마치고 해가 한.. 6시 반쯤 뜨니까 그쯤에 나간다. 여긴 이제 겨울로 들어가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진다. 한국만큼 춥진 않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겨울잠 자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데 아침 공기, 개와 산책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이 시간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  벌써 4주가 다 되어가니 어느 정도 습관이 정착되는 것 같다. 


산책을 하면 무엇이 좋을까? 왜 옛 철학자나 시인들은 매일 산책을 했을까?

이른 아침 새벽, 잔디밭의 서리 (남아공 더반에서)

산에 무슨 기운을 부어주었을까? 

개인적으로.. 뭔가 들판을 걸으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혼자만의 명상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생각만 해야지 노력하지 않는데도 자연을 보며 좋은 생각이 마구 떠오른다. 책상 앞에 하루종이 앉아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일과 비교했을 때 더 단순해 보이지만 자연을 걷는 것은 내 감정과 머릿속을 좀 더 단순하게 만들어 주는 기분이다. 자연은 아름답고 완벽해서 그런 게 아닐까? 불안정안 내 감정과 가슴이 완전한 자연을 보게 되면 좀 치유된다. 그리고 자연을 닮고 싶은 동경심도 마구 샘솟는다. 자연은 늘 한결같으니까, 일정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하루를 다 하기 때문이다. 감정에 요동치는 법이 없다. 시간이 되면 해가 뜨고 해가 진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뭇잎이 떨어지고 동물들은 겨울잠을 잔다. 그런 자연 속에 걸으며 동화되는 느낌을 받고 하루를 시작하면 괜히 겸허해지고 감사한 마음이 솟구치게 된다. 


하지만 나는 복잡하다. 생각이 너무 많아 감정이 이끌리는 대로 하기 싫으면 안 하고 하고 싶을 때 한다. 자연은 매 순간, 하루를 온전히 불평 없이 최선을 다 한다. 자연은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생각이 없어서 그럴까? 난 너무 말이 많다. 그리고 생각이 많다. 


자연은 늘 밝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동트는 아침에 산새의 소리와 함께 내가 긍정적인 생각과 밝은 에너지가 나오는 곳을 매일 걸으니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 같다. 


가끔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산책을 하면 해야 할 일이 생각이 난다. 이건 정말 놀라웠다. 내 일기장에 해야 할 일을 빼곡하게 적어두지만 이걸 해서 뭐하나, 더 중요한 일에 시간 투자를 해야 하지 않나 하면서 잠시 자기 고뇌에 빠질 때가 있다. 

밖에 나가 아스팔트라도 걸어보자. 흙이나 모래 잔디밭을 걸어보자. 신발끝이 닫는 그 느낌이 바쁘고 복잡한 생각으로부터 한결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엉킨 생각으로부터 한결 정화됨을 느낄 수 있다. 이래서 창의적 활동을 하며 글을 쓰던 옛 시인들과 작가들이 줄곳 이렇게 산책을 즐겼나 보다. 

이른 아침 풍경

밖으로 나가 걷는 것,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인다. 그리고 직접 나가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고 장소를 안에서 밖으로 이동함으로써 오는  행동의 변화가 있다. 사실, 무기력함이 오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마음이고 정신이다. 마음과 정신을 한 번에 움직이는 게 어려운 게 바로 그동안의 습관과 관성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의 위치의 변화 즉 장소의 이동은 사실 간단하다. 지금 당장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보자. 그러면 이런저런 생각이 없어지고 좀 더 단순하게 걸을 수 있다. 특히 동네 주변의 자연을 볼 수 있는 둘레길이나 한적한 공원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도통 뭐가 뭔지 모를 땐 산책을 하자. 분명 무언가는 떠오를 것이다. “다녀와서 샤워해야지”라는 생각이라도 하게 되니 말이다. 

생각이 복잡할 때, 뭐 하나 진전되지 않음을 느낀다. 특히 사람 간의 관계일 수도 있고 불분명한 미래를 그릴 때 더욱 그렇다. 그럴 때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눈앞에 있는 단 하나를 지금 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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