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종이에 손바닥을 대고 문지르면 학창 시절 생각이 난다.
솔직히.. 학교 졸업하고 종이에 뭘 해본 기억이 거의 나질 않는다. 종이에 글을 적고 교과서를 펼쳐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 가끔 책에 코를 박고 냄새 맡던 기억.. 도통 요즘엔 이러질 않는다. 주로 휴대폰이나 아이패드가 종이 대신해 그림도 그림도 끄적이고 필기를 한다.
종이에 그리는 것은 손으로 연필이나 붓을 들고 손목과 손가락의 강약을 이용해서 종이에 그려내는 일이다. 종이의 촉감은 부드럽고 까츨까츨한 느낌과 따뜻한 온도, 연필이나 붓이 갖고 있는 나무의 느낌과 가벼움이 있다. 손가락의 감각과 미세한 기울기와 강약을 통해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은 포토샵에서 주는 느낌과 정말 많이 다르다.
처음에 펜마우스나 이이패드 펜이 주는 기술력을 맛보았을 때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는 촉감이 아날로그 적이었다고나 할까? 또 다른 점은, 일러스트나 아이패드 드로잉은 컴퓨터에 그리는 과정, 저장공간과 전송과 공유의 편리성이 있다. 하나의 원본 파일로 수만 장의 아트웍을 인쇄할 수 있다. 광고나 기업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회사에서는 이러한 이미지 그림이 필요할 것이다. 이건 당연한 소리. 편리성과 전달성 면에서는 아이패드 드로잉이 많은 장점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들고 다니면 내가 왠지.. 시대에 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기분(?)도 받게 된다.
종이 드로잉과 다른 점이 있다면..
뭔가 아이패드 드로잉 매체 자체가 전자이기에 내 손과 손바닥이 닿는 부분과 느낌이 캔을 들고 있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좀 예가 우습긴 하지만.. 이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어느 정도 묘사와 드로잉은 되는데 내가 쥐고 있는 펜이 연필이나 붓이 아닌 사실은 마우스인 것이다. 살짝 무게도 더 나간다. 그래서 내 손과 팔목 그리고 엄지와 검지, 중지 손가락의 압력과 느낌이 고스란히 종이에 전달되는 방식이 아닌, 컴퓨터에 입력이 되어 한번 걸러서 전달되는 방식이다. 어느 정도의 느낌과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지만, 미묘한 그 뭐랄까 붓의 떨림의 디테일함은 아날로그가 주는 맛을 따라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정말 큰 차이점은 바로 되돌리기 상태라는 점이다.
도화지와 캔버스에 그리다가 예전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어느 정도 비슷하게는 만들지만 지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예술적인 느낌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아이패드나 일러스트는 되돌리기 기능인 두 손가락 두 번 터치나 Cmd + Z 키만 동시에 누르면 예전으로 쉽게 돌아간다. 단 1초도 걸리지 않고 말이다. 이는 작업의 효용성을 높여주고 디자인을 하고 빠르게 도안을 맞추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되돌리는 과정이 에서 아날로그 그림처럼 수정해 나가고 덧붙이며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붓과 물감의 느낌을 자아내기 쉽지 않다.
"적절한 상황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결론을 내고 싶었지만, 아날로그적인 그림을 그리다 이를 아이패드에 넣어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드로잉으로 어느 정도 병행을 하며 쓰는 게 어떨까?
왜냐면 아이패드 드로잉& 손그림은 상반된 매체이지만 그림을 그린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유화와 아크릴화처럼 말이다.
이건 사실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림쟁이가 한 말이다 생각하고 이해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