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동안 뭘 할 수 있을까?
10분간 씻을 수도 있고, 책을 볼 수도 있고 아이를 돌볼 수도 있고 아기에게 젖을 줄 수도 있다. 또한 산책을 다녀올 수 있고 메신저를 할 수도 있고, 웹 서핑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난날을 생각해 볼 때 제일 후회되는 시간은.. 첫째 아이 임신 중에 시간을 대충 그냥 보냈다는 것이다. 보고 싶은 티브이를 무작정 생각을 놓고 그저 시간을 때우는 식으로 보냈었다. 간단한 그림이라도 좀 그렸을걸 하는 후회가 든다. 친정이 없는 타지에서 임신기간 동안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크게 힘들지는 않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 기간에 그림을 좀 그려놨었으면 지금 일곱 살 된 아들에게 보여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요즘 나는 유화나 수채화를 10분 안에 그려보고 그 과정을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하고 있다.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내 그림 과정을 공유할 수도 있고 내가 나 자신을 좀 더 깨어있게 하고 싶어서이다. 내 그림을 누군가 계속 봐주면 나도 모르게 의식하게 되고 꾸준히 해야겠다는 원동력이 생기게 된다. 또한 내가 스스로 계속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림이 잘 그려지기도 하고 안될 때도 많다. 하지만 계속 그리다 보면 그리는 과정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그냥 단순한 그림일 뿐인데 이런 과정은 내가 다른 긍정적인 행동으로 연결되게 해 준다. 늘 뭔가 대단한 걸 시작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져 시작조차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별거 아니게 시작하다 보면 그다음 그림으로 진행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종이와 연필만 들어도 되는 것처럼 단순하게 말이다. 단순한 행동의 반복은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로 연결되었다.
10분 안에 그리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하루를 그냥 넘기게 되면 이 생각 저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다. 한 행동이 익숙해지면 그 행동을 계속하게 되고 그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림을 그리는 10분은 내가 긍정적인 다음 행동으로 연결해주는 좋은 시작점이 된다.
이것이 내가 10분 안에 그려보게 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