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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Feb 16. 2023

난 왜 정리가 힘들까?

괜찮아.. 원래 아티스트는 어질르는 거야


 어쩌면 이게 다 핑계일 수도.. 



나도 안다.

집안정리가 중요건.. 근데 난 왜 어려울까? 


정리를 하려고 하다 보면 스스로가 너무 산만해지는 걸까. 그래서 시작이 어려운 것 같다. 정리를 하다 보면 다른 종이들이 보이고, 아이들이 대충 끄적끄적 그려놓은 종이쪽지들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데.. 나중에 애들이 다 커서 다시 보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하고 파일정리 하다가 정리해야 하는 걸 또 잊곤 한다. 정리만 하면 너무 산만해지고 집중을 못한다. 


그래서 아예 시작을 안 해버리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둔다. 책상도 종이들이랑 책 그리고 연필들 서랍에서 나온 잡동사니들로 수북하다. 사실 책상 앞에 손 두 뼘만 한 공간에 노트북이랑 다이어리 그리고 컵 놓을 자리만 놓고 몇 개월을 그대로 두고 지낸 적이 수두룩하다. 약간 내가 좀 이상한 것도 같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좀.. 내가 정리하는 모습도 보여야 할 텐데.. 마치, 정리하다가 딴 길로 새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너무 가버려서 해야 할 일들과 모든 걸 제때 하루에 못 끝내버릴 것만 같았다. 늘 시간에 쫓기고 핑계 대는 모습을 해가지고 어수선하다. 


그리고 문제는 자꾸만 스스로 타협한다는 것이다. 괜찮아, 원래 아티스트들은 어질르는 거야. 너무 깔끔하면 생각이 나질 않아. 그리고 어지럽힌다는 것은 뭔가를 한다는 거니까. 아이들에게 매번 치우라고 잔소리 안 해도 좋고 서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말이다. 글을 쓰다 보니 왠지 반성문 같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반성글 같은 것 말이다. 


정리가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어질러진 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수북해도 뭘 하다 보면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된다. 산더미 같은 잡동사니들을 무시하고 하던 것 속으로 숨어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것만 끝나면 다음 거를 해야지 하다 보니 내 눈에 보이게 그냥 두는 것 같다. 마치 포스트잇을 한쪽벽에 여러 개 붙여놓듯이 그렇게 잡동사니들을 책상 위에 여러 개 널려서 붙여놓은 것 같다. 


습관이다. 


조금씩 치우는 게 몸에 익숙해지면 치우면서 다음 일들을 꺼내고 예전 것을 집어넣고 시작하고 정리하면서 올려나갈 수 있고 마무리가 된다. 그저 이것저것 벌려 놓으니 산떠미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쓰러지지만 안게 올릴지 아슬아슬하게 살짝 올려두기도 했다. 


이건 뭐 그냥 성격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종이 오려서 마구마구 만든 흔적들을 매번 쫓아다니면서 치우거나 정리하라고 말하는데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음..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돼."라고 할 정도이다. 나름의 아이들 핑계 대며 타협하는 건 사실 좀 부끄럽다. 아이들과 함께 어지른 거야..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정리하는 법을 가르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많이 게으르다. 몸이 게으르면 정신도 게으른데..  


나와 같은 분들이 많은지 궁금하다. 내가 다음 주쯤엔 좀 정리해서 반성문이나 소감 같은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리하면 좋은 점이라든지 정리했더니 달라진 것 같은 것 말이다. 


근데 다음 주에도.. 정말.. 정리가 안될 수도 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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