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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Feb 21. 2023

전기 또 나갔어?

전기 없을 때 좋은 점


이곳 남아공은 가끔씩 전기가 나간다. 사실 전기가 나가게 되면 좀 삶이 불편해진다. 뭔가 복잡해진다고 해야 할까. 커피포트로 쉽게 뜨거운 물을 끓이기 어렵고,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나 에어컨을 켤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음식을 데워먹을 전자레인지며 여러 가전도구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산더미같이 밀린 빨래를 돌릴 수 없게 된다. 오늘 여기 남아공 시간 오전 6시 20분경에 전기가 갑자기 예고 없이 나갔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현재 1시 40분까지 들어오고 있지 않고 있다. 꾀 오랜 시간 동안 전기 없이 지내고 있다. 더운 날씨인데도 다행인 건 앞쪽 뒤쪽 문을 열게 되면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낮잠 자는 아가의 송골송골 맺힌 땀을 말려줄 수 있다. 


전기가 없으면 많이 불편한 건 사실이다. 좀 많이 불편하다. 하지만 나름 좋은 점을 찾아보려고 애써? 글을 써본다. 그것은 바로 내가 좀 더 아날로그적인 생각을 하며 행동한다는 것이다. 전자에 얽매이지 않고 글을 좀 더 보며 연필로 글을 쓸 수 있게 해 준다. 지금 글도 배터리가 방전되면 더 이상 쓸 수 없겠지만 내가 그리 길게 쓸 마음이 없기 때문에 괜찮다. 화면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자연의 움직임과 아이가 뛰어노는 것 그리고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책과 교재를 더욱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뿐이지 만약 이런 상황이 이틀 삼일씩 지속된다면? 많이 힘들 것 같다. 작년 5월경에 이곳 비가 억수로 쏟아져 큰 파이프가 고장 나 전역에 물이 끊긴 사태가 있었다. 거의 2주 가까이 물이 나오지 않아 아이들 키우면서 여간 불편할 수 없었다. 물을 이곳저곳에서 떠 오기도 하고, 심지어는 물이 나오는 드라켄스버그까지 가서 3박 4일을 지내고 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곳에 물이 나와서 우리 가족은 환호성을 지르고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환경이 바뀌게 되어 좋은 점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별것을 찾아보는 훈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생각에서 좀 더 다양한 생각으로 또는 더 복잡한 방식으로 전환을 할 수 있게 날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늘 해오던 데로 단순히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야지 하는 방식에서 어떻게 하면 빨래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구체적인 생각이다. 세제를 물에 받았다가 몽당 빨래를 불려서 몇 분 뒤에 빨래를 하던지 아니면 하나하나 빨랫비누로 거품을 많이 내어서 빨지 하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보는 것이다. 늘 익숙했던 전기 그리고 그런 익숙함에서 없어졌을 때의 힘듦 그리고 생각의 전환은 또 다른 무언가를 끄집어낼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요령도 생기게 된다. 전기의 힘이 없이 나만의 나름의 방식으로 해보려는 요령이라고 해야 할까? 전기 없이 살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물론 잠시 동안만 이라도 말이다.


                                                                                        2023년 1월 24일 현지시각 오후 2시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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