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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Jul 13. 2023

내게 의미 있는 것들

매일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아침에 눈을 뜨면 찬기운이 내 코끗을 간지럽히고 이불이 날 끌어당기듯 그렇게 나오기 싫은 오전이다. 


이곳 남아프리카 공화국 7월 중순쯤, 차디찬 아침공기에 집안도 더불어 썰렁하다. 문이 단열이 하나도 되지 않은 이유도 있고 난방시설이 없는 텅 빈 교실과 같은 싸늘하고 추운 기운이 방안 가득하다. 하지만, 뭐 따뜻한 모닥불을 피운다거나 전기로 열기를 좀 덥히면 더욱 낫긴 하다. 요즘 일어나는 로드쉐딩(전기를 몇 시간씩 끊는 것) 때문에 그도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방안이긴 하다. 



날씨도 그렇고..



불현듯 내가 늘 매일 의미 있게 하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봤다. 의미 있는 일이란 나에게 무엇이 있을까? 내가 의미를 가지고 하는 일 일 수도 있다. 하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과 그 의미 있는 일을 통해서 하루를 잘 살았다고 자신에게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한 의미 있는 일이 칭찬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내가 할 수 있는, 눈을 감고 내가 나에게 가치가 있고 소중하게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글을 쓰는 일도 좋고 그림을 그리는 일도 좋다. 그림전시가 잡혔다거나 뭐.. 평가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려서 집에 걸어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실, 거실이나 방들이 그림이 없어 썰렁하다. 그림 작가의 집 치고는 그림 한점 제대로 걸어두지 않은 게 좀 어색하지만 뭐 내가 사는 곳이 크게 신경 쓸만한 그런 전시회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내가 키우는 기니피그들과 멍멍이에게도 말이다. 가끔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을 보면 언제 다 치우나 하는 생각이 나지만 아이들이나 나나 저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각자가 즐겁게 상상을 하며 공간을 꾸미고  역할극도 해 봤다가 박스를 칭칭 이어 붙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좀 더 괜찮아 보이는 깔끔한 공간을 찾아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며 어지른다. ^^



지극히 그림쟁이 생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돈이 되는 일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해서는 개인의 생각과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모든 게 돈으로 가치가 전환이 된다면 그림을 그리는 일도, 디자인을 해서 수고비를 받는 일도 그림을 파는 일도 하나의 수단으로만 생각할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이 되게 하는 삶은 내 몸이 좀 편안해질 수는 있다. 사실 먹고사는 일이 다 물질이 있어야 운영되기 때문이라서 그렇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교육비를 내고 장난감을 사주는 일도 물질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것 만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모든 수고스러운 일들이 수단으로만 해야 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피곤할까. 모든 게 액수로 바꿔지는 삶이 가치 있고 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숫자는 숫자이니까, 마치 매일 반복적으로 더하기 빼기만 하며 살아간다면 내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있을지..  클수록 좋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삶을 의미 있게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살아가는데 한계에 부딪히고 더 이상 삶을 꾸려나갈 수 없지 않은 한, 삶을 가치 있게 꾸며주는 것은 유형적인 것보다 무형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정서적인 것,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 것, 내가 나의 일상을 정리할 수 있는 그 한끝이 내 삶을 가치 있게 해 주고 먹여주는 것 같다.  


내가 나를 달래 보기 위해 따뜻한 것을 찾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에 따뜻한 햇살의 색상을 덧입혀 보는 것이다. 마치 아이가 낮잠에서 깨서 엄마를 찾아 울 때, 달랜다고 이것저것 손에 쥐어주기보다는 따뜻한 품으로 그저 꼭 안아주는 것이다. 따뜻한 온기, 정서 그리고.. 엄마의 품..

아기는 그런 것을 찾는 것이다.



 

바로 내가 찾는 가치, 무언가를 위해 매일을 써나가 본다. 내가 그리는 그림이 그 누군가에게뿐 아니라 먼저는 나에게 따뜻한 햇살과 같았으면 좋겠다. 글 솜씨는 없지만 내가 쓰는 글이 나를 나로서 살아가게 하는 힘을 주고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며 정리가 되는 가치 있는 행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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