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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Jun 24. 2020

나이 마흔에 3無를 이루었다.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그리고.



'회장 아들’

무언가 지레짐작하게 만드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말이다. 이 재벌 2세가 나오는 이야기를 뉴스든, 드라마든, TV에서 심심찮게 보곤 한다. 그런데 보다 보니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사업가 아버지는 자녀가 회사와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할지라도 굳이? 왜? 회사를 물려주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다. 남자의 심리를 알 것 같은? 남자 지인에게 물어보니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전문 경영인이 와서 회사를 번창하게 할 수 도 있겠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러니 차라리 내 자식에게 물려줘서 내 자식이 번창하게 하든 말아먹든 그게 속편 할 것 같은 심리 아닐까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작은 카페를 굉장히 큰 기업으로 만들게 된다면 나는 그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을까? 이것이 아니라면 성장한 나의 2세와 사회 환원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김칫국을 사발로 벌컥벌컥 들이키며 상상을 계획으로 세워보겠다.


 

일단

1. 나는 이곳을 장사 잘 되는 카페로 만들어야 하고.

2. 확장하여 중형 카페로 성장시키고.

3. 그리고 또 확장하여 대형 카페로 성장시키고?

4. 그리고 또, 또... 그다음에는... 뭐가 있지??

.

.

.    

아... 카페로 굉장히 큰 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 같다... 패스...!


     

사업의 번창 그리고 거기에 대단한 성공이라는 타이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가 짜부라진 후 가만가만 생각해보니 사업의 번창보다 결혼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 혼자 열심히 달려가는 목표가 아니라 둘이 만나 이뤄 내는 것이라 그렇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결혼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서로의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여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 사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둘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사업이 번창하여, 대단하게 큰 기업으로 만든 다음, 2세에게 물려주는 일까지 한다는 것은!


1. 사업을 잘 진행하면서

2.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3. 결혼을 하고

4. 2세가 태어나야만!  

    

플랜의 초석을 만드는 것이 되겠다. 전통을 잇는 가업을 이루든. 나의 2세와 사회 환원을 이야기 하든 말이다.  




          

사업을 번창시키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다는 것.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지만 생각만 해도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1번을 분리해도 어려운 2,3,4번을 남들은 제때에 다 하는 듯이 보인다. 요즘은 다들 늦게 한다지만 주위를 쓰윽 둘러보면 10년 이상 알아왔던 지인들은 대부분 다했다. 그러다 보니 불현듯 결혼이 인생에서 꼭 이뤄야 할 과제처럼 느껴진다.


남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시기를 지나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에 불편함이 생기기도 하고 괜한 조급함이 생길 때도 있다. 이 인생의 과제?로 인하여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의 사랑을 담은 오지랖 잔소리에 큰 불편함이 생기기도 한다. TV에서 결혼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게스트들을 보고 있자면,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거면 하겠다고.’ 하는 말이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것을 꾹 하고 참는다.


‘난 지금의 내 인생이 좋아!!’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지내다가 밤낮 함께 낄낄 대던 나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 결혼을 한다고 기쁜 소식을 전할 때가 있다.(또래들은 이미 했고) 그럴 땐 우와~~~!! 하며 격하게 축하를 하고 나서, 시간이 좀 흐른 후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무언가 스멀스멀 올라오곤 하는데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괜스레 규정하기가 싫다.


그러다 심경(深更)에 불현듯 나도 외면했던 심경(心境)이 마구 드러날 때가 있다. 일반적인 남들이 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답답함. 그들이 때마다 진행하는 일들을 못하고 있다는 갑갑함. 그리고 그것이 결혼이라는 것으로 시작되어야만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막막함이 생긴다. 가끔씩.


그러다 다시 자유로운 내 인생만 생각하며 일상을 보내다 한 살 한 살 많아지는 내 나이를 생각하고 문득 부모님의 나이를 생각하다 깜짝 놀란다. 내 나이만 많아진 것이 아니라 그만큼 부모님 나이도 많아진 것이니까.

30대에는 "내가 엄마, 아빠 좋으라고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내 인생이잖아!"라고 말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모님이 누릴 수 있는 노년의 기쁨을 드리지도 못하면서 괜한 근심을 더해 주고 있는 건 아닌가...? 하며 미안함이 생기기도 한다. 동생이 먼저 결혼하여 귀여운 조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결혼'

인간의 과업 같기도 한 인생의 과제? 둘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종족번식(이것도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는 크나큰 과제이다.


뜬금없이 재벌 2세 이야기로 시작하다 나의 2세로 넘어와서 결국 결혼으로 이어진다. 싱글에게는 떼놓을 수 없는 모른 척하기 어려운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말은 많아지고 답은 나오지 않는 화두이니, 앞서 말한 플랜의 진행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마무리지으며 여기서 끝내야겠다.


카페를 창업했던 언니가 있다. 그 당시 그 언니의 나이는 37살. 언니는 설레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나 카페랑 결혼했어!” 창업 후 만 4년을 꽉 채운 뒤 언니는 카페를 폐업했다. 그리고 시원섭섭한 얼굴로 다시 나에게 말했다. “나 카페랑 이혼했다.” 하며 원래의 직업으로 돌아갔다.

     

나는 “카페랑 결혼했다”라는 말은 안 하겠다. 결혼은 사람이랑 하는 거니까.  




      


아무튼 나이 마흔이 되어서 3無를 이루었다. (저절로 된 것 같지만.)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나이 앞자리에 3도 없다.


카페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던 2020년도 상반기가 이렇게 지나간다. 평범한 보통사람을 벗어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비범한 사람의 뜬금없는 상상은 늘어만 가고 상념은 더 많아진다. 일단은 코로나 속 나의 싱글라이프를 즐겁게 지내야겠다.


내가 선택한 삶.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Go!





 


일단은 카페와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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