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희 Oct 26. 2020

아이유가 미처 못다 한 이야기.

그녀의 노래가 나의 마음에 닿을 때.



요즘 마음에 꽂힌 노래가 있다. 아이유의 ‘unlucky’. 아이유 노래를 카페에서 매일 듣는데, unlucky의 가사가 이제야 내 귀에 착 하고 꽂히더니 마음에 쑤욱 들어와서 내 마음을 울린다. 아이유의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가사를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느낌이 다르다. 그녀 노래의 은유적 표현은 지나가는 계절마다 울림의 포인트가 다르다. 그리고 그녀만의 목소리가 함께 있다.  



일단 노래를 먼저.




- 아이유 unlucky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럼에도 역시 완벽하군 나의 여인 um

    

여전히 무수한 빈칸들이 있지

끝없이 헤맬 듯해

풀리지 않는 얄미운 숙제들 사이로

     

마치 하루하루가

잘 짜여진 장난 같아

달릴수록 내게서 달아나

    

Just life, we’re still good without luck

길을 잃어도 계속 또각또각 또 가볍게 걸어

(Take your time)

There’s no right 실은 모두가 울고 싶을지 몰라

슬퍼지고 싶지 않아서

화내는지도 몰라

    

여전히 무수한 질문들이 있지

이번에도 틀린 듯해

아주 사소한 토씨 하나의 차이로

     

마치 하루하루가

삐뚤은 동그라미 같아

도망쳐도 여기로 돌아와

Just life we’re still good without luck

비틀거려도 계속 또박또박 똑바르게 걸어

(Take your time)

There’s no right 때론 모두가 외로운지도 몰라

지워지고 싶지 않아서

악쓰는지도 몰라

     

(Lalalala la la i love ma days)

I know that life is sometimes so mean

(Lalalala la la i love ma days)

It is true. So I’m trying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불안해 돌아보면서도

별 큰일 없이 지나온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그래 볼게 음

     

Just life we’re still cool without luck

길을 잃어도 계속 또각또각 또 가볍게 걸어

There’s no right 실은 모두가 모르는지도 몰라

어쩌면 나름대로 더디게 느림보 같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도 몰라






               


계획했던 것을 시도했더라도 생각지도 않은 전혀 다른 곳으로 도착할 수 있는 반전 가득한 은밀한 삶의 법칙. 인생이 불확실성의 연속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요즘에는 그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해보지도 못하고 아쉬움으로 되어 버린 것들도 많고...


삶 속에서 빈칸들을 채우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다. 빈칸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만 같다. 가만가만 생각해보니 삶에서 시도했던 대부분이 알면 알수록 더 어렵고 복잡하다. 


잘하고 싶은데 자꾸 달아나는 느낌이 들어...


...


그래. 세상에 쉬운 게 없으니까. 그리고 사람은 처음보다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법이니까. 더 나아지기 위해서지. 그럼 차라리 모를 때가 나았던 걸까?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보자. 뭐 하나라도 내 마음대로 된 일이 있나. 마음이 가면 갈수록 애쓰니까, 애쓸수록 힘든 건 당연하지. 지금 공들이고 있는 거니까. 그리고 모든지 다 시간이 드는 일이고. 때가 맞아야 하는 일이야. 기대하고 예측하려 하면 할수록 힘들 거야.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고 때론 그냥 놓아줘야 되는 일도 있지. 많이 애썼는데 제자리로 돌아가는 악몽을 꾸는 건 언제나 두렵다. 그런데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인생의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 차곡차곡 내 안에 무언가 쌓여가는 애썼던 시간은 그 자체로 소중해. 내면의 깊어짐도 성장하는 거니까. 넌 지금 나아가고 있는 거야.

      

인생의 그 순간. 기억나지? 그때, 그걸 선택했다면 지금 여기에 있을까? 아닐까?

그런데 말이야. 거기서 뭘 선택해도 여기로 올 수도 있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인과관계를 생각해 보려 하지만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어. 내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수두룩하잖아. 그러니 지나간 선택 다시 생각해 뭐해. 선택한 다음에 펼쳐진 것들 마냥 좋았던 것이 있잖아. 지금도 있고. 그걸 누리고 그저 나머지를 감당하는 거야. 그뿐이야.


멀리 바라보는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다 생각하고 걸어보자. 모두가 빠르게 달려가는 때보다 지금이 좋은 시절일 수도 있으니까. 조금씩 가다 보면 알게 될 거야.  

    

매일이 좋고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흐린 날도 편안하게 바라보자. 곧 지나갈 거야. 날씨가 흐리다 화창하면 기분이 더 좋으니까. 계속 좋으면 좋은 줄을 몰라.

     

조급해하지 말자. 헤매면 좀 어때. 비틀거려도 괜찮아. 천천히 가도 되니까. 멈추지 말고 계속 가는 거야.

또각또각 너의 보폭으로 가볍게 걸어.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보면 내가 짚은 음이 개방현 음과 잘 맞으면 개방현의 줄이 함께 울린다. 공명이라 한다. 예를 들어 A현의 레를 잘 짚고, A현에 활을 그으면 신기하게 D현(레)이 함께 울린다. 서로가 통한 느낌이다. 그렇게 두 개의 현이 함께 떨리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울리는 소리를 귀로 들으면 나의 마음이 감동으로 일렁인다. 마치 이것은 나의 마음이 너의 마음에 닿을 때의 울림과 같다. 나의 슬픔을 상대가 알아줄 때와 같은 느낌이다. 마음과 마음이 닿아서 따뜻해진다. 온전히 위로받는 느낌이다.

     

아이유 노래가 그렇다. 나의 마음에 닿아 마음을 울린다. 나도 노래 속에서 그녀의 마음에 가닿아 본다. 그녀가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상상해 본다. 나의 지나친 상상일까. 상관없다. 그녀의 노래로 위로받았으니까.










어쩌면 나름대로 더디게 느림보 같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도 몰라



















작가의 이전글 40대의 마음가짐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