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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Nov 25. 2020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걸까.

나이듦의 징후 몇 가지. 





꽃들도 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올해 나에게 몇 가지 변화가 찾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첫 번째. 꽃이 좋아졌다. 올해 봄부터 그랬다. 카페 앞 화분에 심어진 꽃들과 어디선가 날아와 화분 안에 촘촘히 나고 있는 들꽃들을 매일 바라보았다. 꽃과 식물이 좋아지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는데. 그렇게 꽃들과 풀들과 대화를 하며 사진을 찍고 봄과 여름을 보냈다. 


그리고 선선해진 가을이 왔다. 가을이 오니 잠이 더 줄었다. 자정을 넘어 자는데도 깜깜한 새벽에 눈이 번쩍 떠진다. 세 시간 정도 자다 깰 때면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란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데 정말 그런 걸까. 

 



꽃이 좋아지고 잠자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뭐, 그럴 수 있다'며 가볍게 지나갔다. 나에게 가장 의아한 변화는 이것이다. '눈물이 많아졌다.' 뭘까. 이것은 나이 듦의 징후인가. 그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인가.     


아침에 카페에서 오픈 준비를 하다 보면 라디오에서 흐르는 어떤 음악이 나의 마음에 후욱 들어온다. 그러면 갑자기 마음 저 밑에서 묵직하고 뜨끈한 것이 올라온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무엇이 머릿속에 강하게 연상됐다기보다 이유 없이 눈 밑으로 그렁그렁 한다. 마흔 즈음부터 이런 현상이 잦아졌는데 최근 들어 더 많아졌다고 할까. 감동적인 영화를 봐도 무덤덤했던 내가 요즘에는 뭘 봐도 감동이고, 뭘 봐도 글썽인다. 눈에 빈번하게 눈물이 고인다. 음악을 듣다가, 글을 읽다가, 무언가 쓰다가도 느닷없이 눈물이 그렁그렁. 그러다 흘러내리려는 걸 눈을 껌벅이며 참는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을 보고 감격하여 대화를 하다가도, 별안간 그럴 때면 민망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글썽이는 때가 또 있다.  

요즘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에 흘러갔던 시간을 걷다 보면 어떤 한 시절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면 어떤 순간이 내 마음 안에서 선명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때도 좋았었는데 현재에도 망각되지 않고 유지되는 강한 매력으로 내 마음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감동으로 일렁인다. 한 명 한 명 생각이 나면서 나와 시간을 함께하고, 나의 마음을 채워주던 사람들이 감사해진다. 문득 선명해진 그때가 그리워지며 앞이 흐릿해진다. 


이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에 마음이 슬프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에 놓여 있고 각자의 시간 속에 살고 있으니까. 삶이란 시간이 겹치고 다시 멀어지고 그런 것이니까. 그렇게 상념에 젖어 지나간 시간을 걷다가, 무언지 모를 감정에 글썽이는 것이다. 


이상하다.          

이유 없는 마음의 일렁거림으로 그렁그렁하다, 지나간 세월에 감격인지, 고마움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에 앞이 흐릿해지고, 그리움 때론 고독함의 근처에 머무르다 글썽인다. 무언지 모를 알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의 어디쯤에서부터 시작되어 마음이 일렁인다. 이른 아침이든 깊은 밤이든 시간의 구애도 없다. 어떤 시름 때문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눈물의 이유가 딱히 뭐라고 정의 내릴 수 없다. 그러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가만가만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서 꽃이 좋아지는 건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에도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고, 잠이 준다는 건 그 시간만큼 무언가 더 의미 있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은 메마른 일상에서 감격이 늘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나이가 든다는 것이 서글픈 것만은 아니었다. 나에게 찾아온 변화는 나이듦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깊은 가을이 되면서 이곳에서 카페를 한지 이제 만 4년이 되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감에 새삼 놀란다. 그렇게 한해 한해 지나며 나이가 들어가는 나는 요즘 마음이 뭉클하다. 가을을 아주 찐하게 타고 있나 보다. 생각도 많아지고 눈물도 많아지는 깊은 가을, 겨울의 문턱이다. 


                    





‘시간의 기대어’   - 고성현 -

           

저 언덕 너머 어딘가 그대가 살고 있을까

계절이 수놓은 시간이란 덤 위에 

너와 난 나약한 사람     


바람이 닿는 여기 어딘가 우리는 남아 있을까

연습이 없는 세월에 무게만큼 더

너와 난 외로운 사람 

    

설움이 닿는 여기 어딘가 우리는 살아있을까

후회 투성이 살아온 세월만큼 더

너와 난 외로운 사람 

    

난 기억하오 난 추억하오

소원해져 버린 우리의 관계도     

사랑하오 변해버린 그대 모습


그리워하고 또 잊어야 하는

그 시간에 기댄 우리

     

사랑하오 세상이 하얗게 져도

덤으로 사는 반복된 하루가     

난 기억하오 난 추억하오


소원해져 버린 우리의 관계도     

사랑하오 변해버린 그대 모습

그리워하고 또 잊어야 하는

그 시간에 기댄 우리   


       



음악을 들으며 눈물이 글썽. 무언가에 더 감동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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