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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r 27. 2020

의심스러울 땐 무조건 아가씨지.

호칭을 배려하자


회사를 퇴사하고 카페 사장이 되면서 주변에서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 달라진 호칭은 바로 ‘사장님’이다. 인테리어를 하면서부터 업체 사람들이 부르는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귀를 간질이기 시작했고 어색했다. 카페 오픈을 하고부터는 업체와 손님으로부터 사장님  또는 대표님이라고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오글거리는 어색함이 사라졌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고 서른 중반에서 ‘마흔 임박’, ‘마흔땡’에 가까워지며 점점 익숙해지는 새로운 호칭이 있었으니.


처음에는 발끈발끈하다가 이것에 익숙해지는 내가 짠하기도 하다. 이렇게 불릴 때마다 나이에 맞는 인간의 과업이라는 것을 이루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문득문득 든다.      



병원에 갔는데 아침시간에는 어린아이를 데려오는 엄마들이 많다 보니. 그래서 그런 건지. 내 얼굴이 그런 건지. 내 얼굴을 본 간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간호사: ‘어머니’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내 마음의 소리 : 어머니라니!!!어머니라니!!!




나와 전에 대면했던 배송기사가 아침에 전화를 한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     


배송기사: ‘사모님’ 카페 문 여셨나요?


내 마음의 외침: 나의 사장님은 누군가요.    

 

여기서 잠깐! ‘사모님’ 이란?  
1. 스승의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
2. 남의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
3. 윗사람의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      

혼자 영업하고 있는 나를! 왜! 사모님이라 부르는 것인지 궁금하다. 예의를 갖추는 말임에도 나는 불편하다. 어르신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은 더 불편하다.




누가 봐도 60살 중반은 되어 보이는 손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르신: 다시 이곳에 오게 되면 ‘아주머니께’ 질문을 드릴게요.


내 마음의 절규: 어르신!!! 제가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여요???     




호칭을 제대로 불러주시려는지 카페에 온 어르신 분들은 그렇게나 내 나이가 궁금한가 보다. 어쩔 때는 그냥 막 돌직구다.  


어르신: “처녀인가? 아줌마인가?”


내 마음의 소리: ......      




이렇게 수차례 누누이 어딜 가나 자꾸 듣다 보니 이제는 마음 안에서의 발끈함도 없어졌다. 익숙해지는 내가 안쓰럽다. 서른 중반까지는 듣지도 않았던 말들을 얼굴만 봐서는 그렇게 보이나 보다. 나도 이제 늙어가는 것인가. 서글픈 마음이 든다. 하지만! 무턱대고 어머니, 아주머니, 사모님은 아니지 않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호칭은 배려가 필요하다.      

 “제발 우리 이러지 맙시다!”라고 말씀드린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나같이 마흔 즈음 결혼 안 한 사람들이 많다. 상대를 부르는 호칭을 제발 배려하자. 여기서 배려라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상대에게 기분 좋은 호칭이 있다. 듣기에 불편하지 않은 호칭이 있다.





영화 ‘나의 마지막 수트’를 보았다. 내가 듣기에 참으로 배려있는 대사가 있었다. 88세의 아브라함 어르신이 여행 중에 한 호텔에 들른다. 그곳 주인은 누가 봐도 60세가 넘은 듯 보이는데 아브라함 어르신은 이렇게 말한다.  

    

 “안녕 아가씨”


 “내가 아가씨로 보이세요?”

주인은 달갑지 않게 대답했다.

     

 “의심스러울 땐 무조건 아가씨지”  

아브라함 어르신은 태연하게 다시 대답한다.      



확실하지 않으면 무조건 아가씨다! 명심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면서 자꾸 호칭으로 인해 위축되기도 하는 나의 마음이 안쓰럽다. 그래서 배려 없는 호칭으로 심기가 불편해지면 듣는 곡이 있다. 듣다 보면 자신감이 다시 충만해진다.   


        

이쁘다니까     


너 정말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니까 왜 내 말

믿지 않는 건데 왜

말하고 말하고 아무리

말해도 화난 듯한 너의 그 표정          

.

니가 백번 아니 천 번

내게 물어도 정답은 늘 하난데

어제도 오늘도 내일 또

물어도 세상에서 니가 제일 이뻐          





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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