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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r 30. 2020

아름다운 세상

화분 도둑에게 고함



어느 날 아버지가 꽃이 필 거라며 덴마크 무궁화 화분을 카페 앞에 가져다 놓으셨다. 카페 앞에 놓을 때는 꽃봉오리만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자 꽃들이 번갈아 가며 피기 시작했다. 무척 예뻤다. 활짝 핀 덴마크 무궁화는 지나가는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카페 앞 화분을 가져갔다. 가장 예뻤던 덴마크 무궁화 화분이었다.  

    

화분 도둑은 몰랐겠지만 카페 앞은 CCTV가 있다. CCTV 녹화본을 보니 이른 새벽 4시 37분 즈음이다. 그 새벽 누군가 카페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그러다 왼편 가장자리에 위치한 덴마크 무궁화 옆에 앉는다. 다시 주위를 살피고 벌떡 일어나더니 화분을 번쩍 든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서 건물 바로 옆 샛길로 들어간다. 불과 2분 사이에 모든 일이 이루어졌다.    

  

이 일이 일어난 후 경고문을 카페 앞에 붙였다. CCTV 녹화본을 캡처하여 얼굴을 가린 사진도 함께 붙여 놓았다. 경고문을 붙여놓으면 화분을 다시 가져다 놓을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경고문을 한동안 카페 앞에 붙여 놓았다. 그러나 화분은 돌아오지 않았다.

     

경고문을 붙여놓은 이후에 손님들은 한 마디씩 해주셨다. 본인 가게 앞에 화분도 누군가 두 개나 가져갔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화분을 훔쳐갔는데 2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훔쳐간 화분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화분 도둑’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검색을 해보니 식당, 카페 할 것 없이 가게 앞 화분을 도둑맞은 분들이 참 많았다. 10개나 되는 다육이를 싸악 쓸어간다거나 화분 도자기가 커서 들기 힘들면 식물만 쏘옥 뽑아갔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아무렇지 않게 남의 소유를 훔치는 것은 어떤 생각으로 그러는 것일까? 남의 것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자신의 도덕기준을 한없이 밑으로 내려 허용기준을 아주 넓게 만들어 버리는 걸까?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 자신의 도덕기준과 윤리기준을 좀 더 높게 설정했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도덕의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상대를 먼저 생각해보는 타인 중심의 윤리 의식

     

우리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타인에게 부당한 행위를 하지 않는 이유가 단지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넘어 사고를 더 확장해 보는 것이다. 내가 하는 행위로 인해 상대방이 갖게 될 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의 행위로 인해 상대방이 입게 될 어려움과 상한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은 전혀 하지 못할 것이 된다.    

  

양심의 가책을 더 넓은 의미에서 느껴야 한다. 법의 저촉되는 상황뿐만이 아니라 입장 바꿔 생각하는 것. 이 단순한 원리를 사람들은 간과한다. 남이 당하는 상황의 입장이 다시 돌고 돌아 본인에게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상대방이 나 때문에 받는 고통과 슬픔을 다시 내가 받게 된다고 생각한다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요즘 모두가 힘든 시기에 이런저런 뉴스와 기사로 마음이 더 어렵다. 이런 시기에 타인에게 고통을 주고 더 힘들게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가 상대방을 조금만 더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더 나아가 자신의 권리와 자유만 주장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이 와중에 ‘아름다운 세상’ 노래가 생각난다.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혼자선 이룰 수 없죠 세상 무엇도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사랑을 키워요.  

    

함께 있기에 아름다운 안개꽃처럼

서로를 곱게 감싸줘요 모두 여기 모여

   

   




나 하나 챙겨서 살기도 팍팍한 세상이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건 나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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