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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Apr 01. 2020

침묵. 그 잠잠한 여백의 울림.

침묵의 행간을 볼 수 있다면.


‘젊은 오너셰프에게 묻다’라는 책을 읽었다. 회사를 다닐 때 샀던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오너셰프들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며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직장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었기에 이들의 마음이 내 마음에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먼 훗날 내가 오너셰프가 된다 해도 회사를 다니던 나에게는 불확실한 먼 미래의 이야기였고 그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먼 미래가 현실이 되고 카페 사장이 되어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는 문장 안에 무엇이 흐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프롤로그부터 깊은 공감이 되며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다. 

    

카페 사장의 삶 안에서 이 책을 펼치니 오너셰프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비로소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인터뷰마다 많은 공감이 갔다. 짧은 문장 안에, 절제된 문장의 행간에 어떤 감정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간 안에 무슨 말이 담겨 있는지 그 여백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침표를 찍은 점 뒤에 절제되고 생략된 이야기까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상대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 깊이가 어디쯤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 잠잠한 여백 안에서 상대의 슬픔이 무엇이었는지. 고단함이 무엇이었는지. 같은 맥락의 경험을 겪고 난 후에야 우리는 그 고통의 깊이를 알 수 있다. 물론 그 안에 담겨있는 기쁨이 무엇이었는지. 즐거움이 무엇인지도.

    






2020년 3월은 그렇게 갔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이 시기를 우리는 함께 겪고 있다. 같은 위험 속에 우리는 처해있고 그것을 견뎌내고 있다. 함께 앓고 있는 중이다. 이 힘든 시기가 잘 지나가길 바란다. 모두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시기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위로와 격려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기다리던 그날은 올 것이다. 그때, 함께 견디고 버틴 사람들과 마주했을 때 침묵의 행간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안아줄 수 있길.     

  

이 지난한 시간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마음을 편안히 먹자. 당신도. 나도. 


2020년 4월의 봄이 시작됐다. 





웃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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