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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Apr 06. 2020

똥 손님의 똥 매너란.

코로나도 간헐적 똥 손님을 막을 순 없다.



본인의 카페는 신비한 일이 있다. 반복되는 일상 안에 간헐적으로 기이하게 반복되는 또 다른 일이 있다.     

 

누군가 이 잠잠한 일상의 카페 업무에 똥을 트게 되면 그날부터 쭈욱 카페 화장실은 똥 손님이 이어진다. 한 번의 똥을 시작으로 똥 손님의 방문은 서로 약속한 듯이 띄엄띄엄 2주간 이어진다. 미스터리한 일이다.     


 

똥을 싼다고 뭐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카페에 왔는데 공교롭게 똥도 마렵다면. 급하면 싸야지 어쩔 수 없다. 손님은 우리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도 먹고 큰일도 보는 두 가지 욕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4년 차 카페 사장이 되어보니 알겠다. 이곳은 똥을 부르는 마음이 편안한 카페다.  



          

일단 아래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하겠다. 

( 책 ‘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의 한 부분인 똥 손님에 익숙하지 않았던 개업 초창기 시절의 일이다.)     



개인 카페 사장은 미화부장모든 것을 아름답게  

 

개인 카페를 혼자 하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화장실 청소도 예외일 수는 없다. 화장실 청소는 고등학교 당번 때 빼고는 안 해 봤는데 카페를 하니 자연히 화장실 청소는 내 일이 되었다. 


카페 화장실은 양변기가 아닌 화변기다. 그래서 막힌다거나 하는 그런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곤 한다. 그것도 콤보로. 항상 불편한 일은 콤보로 터지고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 화장실 문제는 2주 동안 세 번이나 터졌는데, 참 신기하기도 하다. ‘과연 이 상황에서 네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겠니?’하며 테스트하듯이 세 번 연달아 일어났다.

      

처음은 카페에 몇 번 오신 남자분이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잠깐 화장실만 쓰겠다고 해서 선뜻 열쇠를 빌려줬다. 손님은 한참이 지난 뒤에 열쇠를 주고 사라졌다. 불안한 마음에 몇 분 있다 들어가 보았다. 문을 열어보니 담배연기가 꽉 차있고(이곳은 금연스티커가 붙여 있는 곳인데), 뒤섞인 똥냄새가 내 비위를 뒤집어 놓았다. 변기가 있는 내부 문을 열어보았다. 보자마자 내 동공은 흔들렸다. 도대체 어디로 조준을 한 것인지. 변기 뒤쪽에 아주 난해하게 퍼져 있는 것들을 보았다. 그런 것을 카페 화장실에서 보게 되다니..., 아직도 여전히 머릿속에 잔상이 남아있다.   

  

그리고 며칠 뒤. 물건을 운반하시는 남자분이 너무 급하다며 화장실 열쇠를 빌려달라고 했다. 첫 번째 일이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주저하며 열쇠를 건넸다. 얼마 후에 점검 차 다시 화장실 안에 들어가 보았다. 이번에는... 난해한 그것들이 거의 변기 안쪽 대부분을 황금색으로 채색해 놓았다. 레벨 2의 난이도였다.   

   

그렇다면 세 번째 화장실 사건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정말 이 세 번째를 당하고서는. ‘이건 필시 나에게 테러를 감행하는 누군가가 계속 사주한 짓이다.’라고밖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점점 강도가 세지는 이 난해한 똥 덩이들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날은 전혀 그 테러를 짐작도 못했던 때였다. 손님에게 열쇠를 빌려 주지도 않았던 아침이었다. 카페 오픈 준비를 하고 난 후 점검을 하기 위해 화장실 문을 열었다. 이상하게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내부 문을 열었다. 보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단 두루마리 휴지가 바닥에 물을 한껏 머금고 있었고. 벽에 똥 덩이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레벨 3도 아닌 레벨 5였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냐?’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벽에 똥 덩이들이 붙어 있는 것은 난생처음 보았다. 경악했다. 눈물이 날 뻔도 했으나 똥 때문에 우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눈물이 나려 하는 것을 꾹 참고 나는 분노의 화장실 청소를 했다. 소리를 질러가면서. “아아악!!! 누가! 도대체! 왜? 여기다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이냐!!!!” 미친 듯이 청소를 다하고 깨끗해진 화장실을 보니 마음이 좀 안정이 되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오니 편안한 클래식이 나를 맞이했다.  

    

‘휴... 이 똥 치우는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오전 내내 망연자실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경고문을 썼다. 다시는 이런 일이 제발 없길 바라며, 아주 완곡하게 글을 써서 화장실 내부에 붙여 놓았다. 그랬더니 그 후에는 신기하게도 당혹스러운 일이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이것으로 얻은 교훈은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거다. 나의 고충과 나의 힘듦을 말하고 ‘도와줘. 나 힘들어...’라고 해야 조금이나마 알아준다는 것이다. 내가 타인의 마음을 전혀 알 수가 없듯이 타인도 나의 마음을 알 수 없다. 우리는 말을 해야 서로의 마음을 그나마 안다. 그러니 말하고 표현하자. 안 들으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말하고 요구하자. ‘말 안 해도 알아주겠지’ 하며 기대하지 말자. 그런 암호화된 언어는 나같이 예민하고 눈치 빠른 사람이나 알아먹는 것이다.   




여기, 내가 쓴 완곡한(?) 화장실 경고문을 소개한다.     


<큰 일 보시는 님에게     

실수로 본인의 흔적이 남은 분...!!

제발 문밖에 큰 바가지로 물 세 번만 강하게 뿌려주세요!

(안에 청소 솔도 있지만 이건 제가 할게요제발 물만 뿌려주세요)  

   

큰일 보실 때 담배도 절대 안 됩니다여긴 환풍기가 없어요

담배 연기가 그대로 화장실 안에 남게 됩니다.

그리고 담배꽁초는 가벼워서 내려가지도 않아요제가 직접 건져내야 해요   

  

매너 있게 이용해 주시길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혹시나 제가 청소하기도 전에 

테러를 당한 화장실을 다른 분이 이용하게 될 때를 생각해주세요...

(그게 본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악했던 옛날을 회상하게 된 2020년 현재    


마감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무렵 세 명의 손님이 금방 먹고 가겠다며 들어오셨다. 손님 한분이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그분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고 직감했다. 똥 손님이라는 것을...!  ‘화장실은 지금 공사 중’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만 빠르게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매너 있는 똥 누기를 소망했다.    

  

시간이 좀 흐르고 그분은 카페로 돌아왔다. 얼마 후 손님들이 가고 난 후 화장실로 바로 달려갔다. 복도 끝 화장실 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낯설지 않은 냄새가 점점 진하게 풍겼다. 마음이 불안했지만 나는 또 어떤 기이한 형태의 그것과 마주하게 될 것인가 궁금했다. 오픈 초기만 해도 비위가 약했던 난데 이제는 그것들의 형태를 예상해보다니. 나는 성장한 것이 분명하다.   

   

화장실 문을 열자, 강렬하게 코를 찌르는 냄새. 안에 있는 문을 또 열었다. 역시 그곳에는 아주 큼지막한 것이 변기 안을 채우고 있었다. 



매우 큰 똥이었다.


    

물을 내렸다. 내려가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지난 것인가. 너무 많아서인가. 물을 콸콸 대야에 담아서 그것에 내리꽂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소리 질렀다. 

     

“왜. 왜. 왜. 물을 안 내려. 왜 니가 싼 걸 안 내리고 가는 건데.” 


    

마감시간이 지난 봄날의 밤. 열정적인 화장실 청소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똥 손님은 그 뒤로 한동안 이어졌다. 다행히 그것의 냄새는 있지만 현장은 깔끔했다. 환기만 시키면 오케이였다. 


완곡한 화장실 경고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주 가끔 빼고는.




        

삶은 계속된다      


모두의 일상을 다르게 만들어버린 코로나도 우리 카페만의 간헐적 일상 미스터리인 손님의 똥 트기는 막지 못했다.  오랜만에 벌어진 이 일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무력한 이 시간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니 개업 초창기 때의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을.  



 

아무튼 카페 사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 

어디서든 카페의 작은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시겠다면 매너 있게 이용해 주세요. 

나는 당신이 이곳에서 한일을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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