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으로 근무를 한지 이제 3개월이 지나간다. 이제 한 바퀴 돌아간 셈인 듯하다.
처음의 긴장감과 비서실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앞섰다. 오너의 일정 관리부터 이러저러한 일들을 소리 나지 않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 주 임무이다. 이제 업무가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힘든 게 여전히 사람인 것 같다.
오너도 사람, 비서들, 주변 사람들, 말이 많아 힘들다.
비서실 근무 시작부터 나를 아는 체하지 않는 여자 서기관 한 명. 이젠 나도 똑같이 인사를 안 한다.
혼자 열심히 인사를 해도 뭐가 화가 났는지, 맘에 안 드는지 찡그린 얼굴로 들어서고, 비서실장인 나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인사하고 아는 체 했지만, 기분만 상해갔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도 똑같이 대해야겠다 싶어 아는 체 하지 않는다. 마음 한편 불편함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내가 무시당하는 기분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아서이다.
사람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내 감정을 다쳐가면서까지 비유를 맞추고 싶지는 않다.
이젠 사람이 조금은 더 여유로워 지고 싶은데, 생각이 많은지, 주변 눈치를 안 보려고 해도 자꾸 봐지게 된다. 아직도 난 여물지 못했나...
3개월이 지나가니, 이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이 된다.
무슨 자격증이라도 딸 수 있도록 공부를 해야 할는지, 마무리 못한 박사 논문을 쓰도록 노력해야 할런지, 한숨 돌리게 되니 이러저러한 생각이 샘솟기 시작한다.
업무 처리에 문제없으면, 사무실에서 시간 활용 계획을 잘 세워서 보내보고 싶다. 불필요한 감정 낭비를 피하고,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