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주의) 폭력적 비속어 포함
어제 저녁 6시가 넘은 퇴근길 지하철을 탔다.
만원 지하철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탄 입구 문가가 이상하게 쎄~ 한 기분으로 사람들이 지금 내가 서 있는 공간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경우 대부분 어딘가에 노숙자나 술취한 사람이 있어서 사람들이 피해서 서 있는 경우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지는 않은거 같았지만 주변 경계를 좀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별 다른 상황 없길래.
한손에는 스무디킹 쥬스. 한손에는 휴대폰을 든 나는 휴대폰을 보기 위해 손을 올렸다
그 순간.
앞에 뒤돌아서있는 중년의 여자의 오리털 자켓 뒷부분 어딘가가 내 손이 닿았나보다.
(닿았나보다 라고 말하는것은 내가 의식하지 못할만큼의 희미한 부딪힘이었을꺼다 나는 사람들과의 '최소한의 거리' 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갑자기 그 사람이 뒤를 돌며 큰소리로 '밀지마 이 시발년아!'
라고 소리를 지른다.
나는 이 상황이 뭔지도 모르고 나한테 하는 말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문득 주변 사람들이 피해 서 있는 이유와 -저여자 또 저런다- 는 표정을 보고 상황을 깨달았다
그 여자는 이어서 바로
'내가 암 말을 안하면 아주 내 어깨에 손을 턱 하니 올리고 당당히가. 넌 그러면 좋겠냐 이 쌍년아'
라고 소리친다. 나한테.
어리둥절.
화가 난다기보다는
티비나 인터넷에서 보던 상황을 눈 앞에서 내가 겪는 구나. 싶고.
도대체 저 여자는 왜 저렇게 되었을까. 불쌍하기까지 하다.
무슨 분노와 상황이 있어서 저모양이 되었을까.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년' 소리 들어본 적 없는 나는 난생 처음으로 상욕을 들어봤다.
난 지금 이 자리를 피해야 하나. 내가 젊고 덩치큰 남자였으면 이 미친여자가 나에게 이랬을까. 또다시 상욕을 하면 녹화를 해야하나 신고를 해야하나.
라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아..
서울 살면서 참. 별 일이 다 있군. 내가 상욕도 들어보는 군. 이란 생각으로.
열차는 그대로 이동하며 난 그자리 그대로 서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