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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원illust Mar 31. 2017

궁 덕후

그림일기

허작가는 사실 궁 덕후 이다
한국에 돌아온 후 영국 친구들이 일년에 3-4팀이 한국에 놀러왔는데.
그때마다 경복궁을 데려가고 같이 구경을 다녔다.
친구들이 이거 뭐냐. 이건 왜 이러냐 라고 물으면.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라고 하다가
그 사실이 좀 부끄럽기도하고 궁금한 내용이기도해서 궁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궁을 찾아 다니다보니 개인적으로 경복궁보다는 창덕궁이 더 포근하니 좋았다.
(실질적으로 궁의 역할도 창덕궁이 더 많이 하였다)
궁에 관하여서는 워낙 전문가분들이 많아서 어디가서 덕후라고 말하기 민망하지만 그래도 나도 나름 오랜 시간 수십번씩 계절별로 시간대별로 다녔다.
처음엔 열심히 관찰하고 보고 배웠는데 이제는 궁과 후원을 그대로. 순간순간을 느끼려한다.
우리의 궁은 그렇게 자연의 순간을 느끼도록. 감사하도록 만들어져있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허작가가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이 작품도 사실 창덕궁 후원을 그린것이다.
후원은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후원과 궁이 함께하는 이 유니크한 곳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이 안에서 임금은 자연과 함께 시를 짓고 신하들과 정사를 얘기하고 백성의 마음을 알기위해 농사도 지었다.

창덕궁 후원은 예약제로 입장이 가능한데 매번 예약을 해서 수없이 갔다. 계절별로. 시간대별로 늘 새로운 자연으로 다가왔고 늘 다르게 좋았다.

문화재청에서 특별히 봄가을에만 진행하는 '창덕궁 달빛기행' 이라는 보름달 밤에만 열리는 궁 투어는 예약이 풀리면 3분만에 전체 6개월치가 매진이 되는데.
궁 덕후이자 예매 신공을 가진 허작가는 예약 풀리면 1분만에 예약을 성공했다.
다들 나의 이 예매신공을 경의롭게 여길 정도인데. 성공률100%이다. (아마 내가 대학생이면 수강신청의 신이었을듯..)

얼마전. 그간 개방되지 않았던 창덕궁 낙선재 특별관람 일정이 나왔다. 4월 한달 목금토 에만 딱 진행하는 궁덕후 입장에선 엄청난 레어템이 나온것이다.

오늘 아침 예매가 시작이었는데. 몇날며칠을 기다리던 허작가는 10시 30분에 풀린 예매를 10시 30분 30초에 예매 완료 하고(브라보)
다른 날짜를 다시 예약하려고 눌렀는데...
매진이다..

시간은 10시 31분..
1분 사이에 낙선재관람이 전체 매진된거다..

음.
하루에 한팀 20명 단체 투어인데 내가 다 두근거린다. 나처럼 이 프로그램을 기다린 분들 어떤 분들 일까.
허작가는 궁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 마음과 해석을 갖으셨을까.


나는 늘. 이 말을 좋아한다.
'세상은 덕후들이 구한다'

우리 세상에 전문가들이 점점 더 많아져서 그들의 분야가 풍요로워지고. 그 풍요로 세상이 좀 더 수준 높아지길.


덧.
아까. 30초만에 예매하고 지금까지 스스로를 쓰담쓰담하고 있다.

난 내가 자랑스럽다 후후.
잘했어 나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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