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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원illust Apr 14. 2017

종합병원 일러스트레이션

그림 일기

십년전 과로로 병이나서 종합병원에 일주일 입원해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루종일 눈을 뜨면 보이는 병원의 하얗고 차가운 공간과 수많은 직선들에 힘들었다.

가습기의 물이 몽글몽글 나오면 그 차가운 직선의 세상속에. 유일한. 자유로운 선이 좋아서 한참을 바라보고 바라봤다.

그때 나는 이 차가운 하얀 공간에 왜 색 하나 없을까. 왜 작은 그림하나 없을까. 왜 내게 힘내라고. 할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작은 위로의 선 하나 없을까. 라고 생각을 했다.

이후 내가 박사과정에서 공부를 하며 관심을 가졌던 분야가
병원 공간 일러스트레이션 이었고. 그 당시 영국은 로열 어린이 병원을 시작으로 종합병원으로. 병원 복도와 건물 공간의 일러스트레이션, 색의 사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리서치와 경험을 바탕으로 장호익선생님의 디자인윤리 수업에서 선생님과 얘기를 많이 나눌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병원을 위한 디자인 분야 연구는 많이 되는데 국내 일러스트는 아직 미약했다)

/
그때 나를 치료해주시던 담당의선생님과 얼마전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차가운 직선에 더 아프고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우리는 왜 가장 절실한 공간에 작은 희망과 위로를 더할수 없는지에 대해.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해주셨다.

물론 큰 병원에 가면 로비와 검사를 하러가는 긴 복도에 우리나라 유명 회화작가분들의 그림이 멋지게 걸려있다. 분명 훌륭하고 멋지다.
병원의 보여지는 공간외에 환자가 누워있는 공간. 환자의 눈에 닿는 공간을 '목적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주 업무이자 공감을 만드는 그림을 그리는 자'인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 할 수 있다면.
환자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대 괜찮아요.
웃어봐요. 우리 더 좋아질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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