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
2015년 LA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쓰고 그린 작품이다. 내용은 좀 (많이) 오그라들지만 캐릭터와 그림의 구성은 꽤 괜찮았던 것 같다. (그때도 차마 한국어로 쓸 수 없어서 영어로 썼던 것 같다 ㅎㅎ) 이 이야기를 좀 더 발전시키면 그림책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안녕, 나는 로이라고 해.
괜찮다면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짧게 끝낼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해.
어느 날 혼자 해변을 걷고 있었어.
바람은 솔솔 불어오고 햇빛에 반사된 바닷물이 반짝반짝 빛나는
한가롭고도 아름다운 봄날이었어.
나는 생각에 잠겨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참을 걸었던 것만은 확실해.
그런데 갑자기 뭔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들었어.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뭔가를 말이야.
그래서 가던 길을 멈추고 찾기 시작했어.
먼저 바다를 둘러보았어.
새하얀 보트가 유유자적 떠다니고 있었지.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야?
아무것도 없었어.
하늘을 올려다보았어.
알록달록한 연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지.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나랑은 아무 상관없는 일이잖아.
내가 잃어버린 보물은 애초에 없었는지도 몰라.
나한테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나는 풀이 죽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어.
그런데 누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어.
로이, 로이,
나는 뒤를 돌아보고 웃고 말았어.
내 친구들이 거기 있었거든.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갑자기 의미가 생기기 시작했어.
내 주변의 모든 풍경이 더 아름답게 빛나는 거야.
내가 찾고 있었던 보물은 친구들이었을지 몰라.
함께 있어서 참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