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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페리뇽

by 황경진


작년 여름 남편이 입사한 지 2년 만에 첫 승진을 했다. 승진하면 돔 페리뇽이라도 따야 하는 거 아니냐며 농담 삼아 얘기하곤 했었는데 연봉이 오르던 날 우리는 정말로 마트에 가서 돔 페리뇽 한 병을 사 왔다. 직접 마시려고 200불이나 하는 와인을 사는 건 처음이라 조금 떨렸다.

우리만큼이나 승진을 축하해 줄 수 있는 가까운 친구 부부를 초대해 조촐하게 파티를 열었다. 샴페인을 흔들어 따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흘러내릴 게 아까워 조신하게 마개를 열었다. 풍부한 맛과 향이 났다. 이래서 사람들이 돔 페리뇽을 찾는구나 싶었다.

샴페인을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라 언제 또 맛보게 될지 모르지만 특별한 날 조금 특별한 술로 미각의 지평을 넓히는 경험은 즐겁고 뿌듯했다.

좋은 기억이 담긴 병이라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두었는데 정리할 때가 되어 대신 그림으로 박제했다. 라벨을 예쁘게 떼어다 붙였더니 감쪽같다. 올해도 좋은 술 마실 일이 많이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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