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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물고기

2016.06

by 황경진

Whenever I drink, my friends come to see me.
Nice to meet you again.


스쿠버다이빙과 술을 좋아하는 은혜 언니는 만날 때마다 바닷속 이야기를 펼쳐놓곤 했다. 수만 마리의 멸치 떼가 동시에 똥을 싸는 광경이며, 미끄럼틀 타듯 해류를 타고 바닷속을 헤엄치는 이야기 등. 술을 마시며 물고기 이야기를 하는 언니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고,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내 눈앞으로도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며 헤엄쳐가는 것 같았다. 취한 탓이었겠지만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이람. 술 한잔 마실 때마다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그림은 언니의 졸업식날 선물로 전달했다. 은혜 언니는 그 자리에서 포장을 뜯어 그림을 보더니 고장 난 수도꼭지를 튼 것 마냥 펑펑 울었다. 슬픈 그림도 아닌데 언니는 왜 그렇게 울었을까. 언니가 들려주던 물고기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던 밤의 시간이 문득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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