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일요일의 식사 일기
남편이 일어나자마자 주방에 들어가 호떡 믹스를 꺼내 들었다. 며칠 전부터 호떡이 먹고 싶다더니 본인이 직접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호떡을 예쁘게 구울 자신은 없고 시나몬롤을 만드는 게 더 쉬워 보인다며 브런치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호떡이 더 쉬울 것 같았지만 가만히 있었다)
박스 뒷면에 적힌 조리법을 보면서 물도 끓이고 계량도 하고 반죽을 시작했다. 곧 "근데 이거 너무 뻑뻑한 것 같은데 이렇게 하는 거 맞아?" 묻는다. "그럼 물을 좀 더 넣어 봐, " 대답했다. "물을 더 넣었더니 손에 다 달라붙는데?" 하길래 "반죽을 좀 더 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 했지만, "악, 이건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가서 봤더니 양손에 덕지덕지 묻은 게 반이다. 할 수 없이 고무 주걱으로 손에 묻은 반죽을 다 떼어 내주고 직접 반죽을 시작했다.
좀 더 치대다가 밀대로 넓게 밀고 그 위에 속을 뿌렸다.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에게 예쁘게 말아보라 했더니 조금 말다가 "난 아무래도 베이킹은 아닌 것 같아, " 하면서 슬금슬금 뒤로 빠진다. 결국 나보고 만들라는 얘기다. (남편의 큰 그림이었나?)
제대로 발효된 빵 반죽은 성형하기 좋지만 호떡 반죽은 탄력 없이 죽죽 늘어나서 성형이 까다롭긴 했다. 최대한 모양을 잡아주고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더니 꽤 그럴듯한 녀석이 나왔고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내 입맛엔 호떡 믹스는 호떡으로 구워야 제맛이고 시나몬롤은 밀가루 반죽으로 구워야 제맛이다.
시나몬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 중의 하나가 시나몬롤이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인공 사치에 씨가 시나몬롤 굽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빵 굽는 냄새는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시나몬롤 굽는 냄새는 끝내주게 행복하다. 주변 공기도 달뜨게 만든다.
한국에 있을 때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르 알래스카 빵집의 시나몬롤을 자주 사 먹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빵에 기분이 좋아질 만큼의 단맛이었다. 커피랑 같이 먹기에 딱 좋았다.
시나몬롤은 스타벅스에서 팔 정도로 미국에서도 흔한 빵이지만 마음에 드는 빵집은 아직 못 찾았다. 대부분은 어지러울 정도로 달아서 먹기 힘들거나 빵이 푸석푸석하다.
결과적으로는 집에서 직접 굽게 되었다.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라온 레시피를 차례로 시도하고 실패한 끝에 정말로 맛있는 레시피를 드디어 발견하고야 말았다! Richard Bertinet라는 셰프님의 시나몬번 레시피다. (https://us.gozney.com/blogs/recipes/cinnamon-buns-recipe)
돌돌 마는 시나몬롤과는 달리 속을 채운 반죽을 납작하고 길게 소분해 세 갈래로 땋은 후 돌돌 말아 머핀 틀에 구워내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시도해본 레시피 중에는 최고였다. 생 이스트는 구하기 어려워 인스턴트 이스트로 대체했는데 별문제 없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먹고 싶어 지지만 요즘은 다이어트 중이니 당분간 참았다가 땡스기빙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왕창 구워서 친구들과 나눠 먹어야겠다.
저녁에는 파, 배추, 쑥갓과 버섯을 잔뜩 넣은 만두전골을 끓여 먹었다.
내일은 뭐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