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상을 준비하는 남편의 하루

5월 3일 월요일의 식사 일기

by 황경진

오늘은 내 37번째 생일이었다. 전날부터 생일상을 준비하느라 남편이 분주했다. 무슨 미역국을 먹고 싶냐길래 전복 미역국이 먹고 싶다고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그 길로 한국 마트에 가더니 커다란 냉동 전복을 3개나 사 왔다. 계란말이를 만들겠다고 명란젓도 사 왔다.

전복을 칫솔로 빡빡 문질러 깨끗하게 씻고, 신중하게 내장을 분리해낸다. 냄비에 불을 올리고 참기름에 전복을 달달 볶다가 황태도 잘라 넣고 표고버섯도 넣어 함께 볶는다. 마지막으로 불려 놓은 미역을 넣고 좀 더 볶다가 육수를 붓고 (남편의 수고를 덜기 위해 육수는 내가 미리 내놓았다) 팔팔 끓였다. 중간에 참기름을 태웠다며 엄마가 보내 준 귀한 참기름을 싱크대에 쏟아버릴 때는 맘이 좀 아팠지만, 실패했다고 엄살을 핀 것과는 달리 미역국은 아주 맛있었다.

남편은 국을 완성한 후 소시지 야채 볶음을 만들기 시작했다. 꽃게 모양으로 주문을 넣었지만 그건 안 된단다. 대신 다리가 4개인 문어 모양을 내주었다. 마늘과 피망, 양파, 당근을 달달 볶다가 소시지를 투하하고 굴소스와 케첩, 물엿으로 맛을 낸 소스를 얹어 반찬 1을 완성했다. 여기까지 했더니 생일 전야 11시가 넘었다. 이만 마무리하기로 하고 뒷정리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남편은 케이크를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한참이 지나 돌아왔는데 빵집을 세 군데나 들렀다고 한다. 원래 가려던 가게는 월요일 휴무라 문을 닫았고 맞은 편 빵집에는 케이크가 없었단다. 결국엔 파리바게트까지 가서 케이크를 사 왔다. 아침부터 고생이 많았다.

오전에 잠시 회사 업무를 보다가 12시가 넘어 계란말이를 시작했다. 계란 5개를 잘 풀고 껍질을 벗긴 명란젓과 다진 파를 섞었다. 얼마 전에 새로 산 계란말이용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본격적으로 말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으악, " "악, " "안돼, "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결국엔 해냄으로써 반찬 2가 완성되었다. 두부조림이라는 반찬 3도 존재할 예정이었으나 언젠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나의 소중한 생일상이 완성되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하며 온종일 부산을 떨어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오후에는 함께 꽃을 사러 갈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 한 일이 동시에 일어나 꽃집 갈 정신은 없었다.

1. 오후에 갑자기 시승 일정이 잡힘

2. 성은 언니가 깜짝 파티를 해준다며 저녁 식사에 초대함

3. 갑자기 남편의 오른 눈 흰자가 빨갛게 충혈되면서 부풀어 오름 (큰일난 줄 알고 많이 놀랐다)

4. 그 와중에 자동차 시승을 하고 급하게 병원에 들림

5.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것 같다며 별일은 아니라기에 안심하고 깜짝 파티에 참석함


언니네 집에 갔더니 언니 아들 진욱이와 방학을 맞아 집에 놀러 온 여자친구 수현이가 브라우니 케이크를 구워 놓고 있었다. 언니네 집에서도 갑자기 내 생일 파티를 준비하느라 우여곡절이 많았던 모양이지만 언니가 해준 밥과 진욱이와 수현이가 준비한 케이크를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놀다 왔다. 모두의 정성으로 행복한 생일을 보냈다. 앞으로 또 1년 잘 살아 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