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토요일의 일기
남편의 어렸을 적 별명은 빵찬이었다고 한다. 빵을 너무 좋아해서다. 빵찬씨의 빵 사랑은 지금도 여전해서 특히 미국에 건너온 후로는 다양한 다국적 빵까지 거침없이 섭렵하고 있다. 터키 빵, 인도 빵, 파키스탄 빵, 포르투갈 빵, 에티오피아 빵 등. 동네에 새로운 빵집을 발견하면 일단 들어가 봐야 직성이 풀린다.
빵찬씨는 빵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점점 빵을 닮아가는 중이다. 빵찬씨의 몸은 따뜻하고 폭신폭신하다. 살을 조금 빼는 게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포근한 안식처를 포기할 마음은 없어서 남편의 다이어트를 대하는 아내의 자세는 우유부단하고 모질지 못하다.
이런 빵찬씨에게도 날렵하고 호리호리했던 시절이 있었다. 막 대학을 입학한 20살 빵찬씨는 배우 박신양 씨를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자신 있게 내미는 18년 전 사진에는 놀랍게도 그런 구석이 있었다. 쌍꺼풀 없이 약간은 매서운 눈매와 네모난 뿔테 안경, 지금은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날렵하게 각진 턱선이 그랬다.
“우와~ 이 턱선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지금도 다 있어. 꺼내기만 하면 돼.”
“언제 꺼낼 건데?”
“조급해하면 안 돼. 때가 되면 다 나오게 되어 있어.”
오늘 아침, 나보다 먼저 깬 남편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유머 게시판을 들여다보다가 내가 눈을 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묻는다.
“잘 잤어? 그럼 우리 어제 남은 케이크를 나눠 먹을까?”
그 케이크로 말할 것 같으면 며칠 전 집을 방문한 손님에게 디저트로 대접했던 피스타치오 케이크다. 분명 삼 분의 이 정도가 남았었는데 냉장고를 열 때마다 조금씩 줄어 있더니 어제부로 딱 한 조각이 남았다. 분명 내 몫으로 남겨 둔 거라고 했는데 아침이 되니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안돼, 그건 내 꺼야,’ 하려다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래,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빵찬씨는 신이 나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냉장고로 간다.
“오예, 오예, 그럼 이거 다 먹고 다른 케이크도 사러 가자. 널 위해서 더 좋은 케이크를 사 주겠어.”
아무래도 이번 생에 박신양 턱선을 다시 보긴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