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4월 월간 에세이) 주제 : 꽃

by 쭈니 JJUNI

꽃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꽃이 잔뜩 펴있는 작은 꽃나무 같은 사람이라 주변에 나비와 벌이 가득할 거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내 인생에는 호의를 가장하고 다가와 애정을 나누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이 좋았고, 각자 어떤 인생을 무슨 생각과 감정으로 살아왔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리트리버마냥 머물며 무수한 물음표와 함께 오랜 시간을 채워나갔다.

남들에게 속 이야기를 터놓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다른 사람들이라도 나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내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할 곳이 없다면, 내가 그 사람이 되어주겠다는 그런 오만한 생각을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공허한 밤을 수많은 단어들로 채워나갔다.

당신의 고민에 한 잔, 또 나의 고민에 한 잔.

그 사이에서 호감이 오갔냐고 한다면, 아니. 있는 그대로의 고민과,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이 오갔을 뿐이었던 그 대화들의 대부분은 ‘힘내보자 ‘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그들에게 비밀을 공유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우리의 대화는 나에게는 친밀감을 그리고 상대방에게는 애정을 주게 된 것이다.


“너는 여지를 주는 것 같아.”

속이 끓는 날이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음을 토하듯이 얘기했지만 소용없는 날들이었다.

핑계라고 들릴 이야기를 계속해서 뱉어내느니, 차라리 그들과의 대화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멀어지며 이야기했다. “너는 벽을 치고 있는 것 같아.”

대화만이 유일한 애정의 수단이었던 나에게 대화를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결과였다. 오해받느니 차라리 혼자가 될 거라는 의지이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나에게는 수많은 문장들이 남았다.

간혹 어떤 문장들은 나의 손 끝에, 발 끝에 남아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고 멈칫하게 만들었고,

또 다른 문장들은 나의 가슴속에 남아 웅크리고 있다, 기나긴 밤마다 가슴을 찢고 나와 나를 괴롭히며 굳이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다.

나의 친절은 오해를 불러왔고, 그 오해는 결국 나의 죄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요즘의 나는 사람이 어렵고, 각자 어떤 인생을 무슨 감정으로 살아왔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예전처럼 해사하게 웃으며 인사하지만 대부분 온점으로 끝나는 대화로 짧은 시간을 채워나간다.

여전하게도 남들에게 속 이야기를 터놓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다른 사람들의 고민거리까지 받아들인다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자리를 피한다.

이야기할 곳이 없어, 혼자 공허한 밤을 수많은 공백으로 채워나가는 어른인 내가 되었다.

고민 없이 해사했던 꽃 같은 나의 어린 시절에 한 잔, 이미 다 져버린 6월의 꽃나무 같은 나에게 한 잔.

그 사이에 어떤 감정이 오갔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나에겐 이미 다 타버린 마음뿐이라 만지면 검은 부스러기만 떨어지기에 그저 ‘괜찮아 ‘로 마무리될 뿐이다.


괜찮아. 괜찮다.

부스러기뿐인 마음이지만 그것도 나이기에.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할 수만 있다면 되었기에.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내게 의아한 듯 대답한다. ‘너처럼 밝은 애가 왜?’ ’ 주변에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두고 네가 왜 힘들어?’ 물음표만 가득한 대답 중,

오직 너만이 내게 온점이 담긴 답변을 보내온다. ‘안 그래도 요즘 너 힘들어 보였어. 무슨 일 있으면 얘기해.’


꽃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꽃은 금방 시드는 것이기 때문에, 꽃이 시들고 나면 꼬여 들던 나비와 벌도 금방 떠나갈 거라고 했다.

꽃이 다 시든 지금. 나뭇잎만 무성한 자리에는 새들이 앉았다. 그늘에는 더위를 피한 사람들이 쉬었다 가고,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내 인생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전하고도 온전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남았다.














작가의 이전글My F.B 02) “나는 참 운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