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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Jul 14. 2023

12. 내가 번돈, 내가 쓰고 죽자

<삶의 전투를 받아들이며 中에서>

12. 내가 번 돈, 내가 쓰고 죽자.   


  

        봉투는 돈 봉투가 최고다. 


        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 돈을 좋아하지만, 돈의 가치는 쓸 때 있는 것이다. 가치라는 것을 사회적 기여로 해석을 하지 말자. 지나치게 멍청한 짓이다.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돈은 버는 것은 자기들을 위함이다. 대부분 사람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돈을 번다. 그것이 하루 일의 전부이며, 인생의 대부분이다. 병원에 누워서도 회사 일로 걱정을 한다. 그러다가 웃는다. 내일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돈 벌자고 궁리하다니 제대로 된 정신이 아니다. 

        그러다가 ‘번 돈, 쓰지도 못하고 죽을 수 있다.’ 생각하니 허망할 뿐이다. 지금 돈을 벌 방법을 찾고 궁리를 할 것이 아니라 돈 쓸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쓰지도 못할 돈이라니, 어처구니없다. 죽음 앞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는 것이 뒷머리를 타고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깨달음으로 왔다.     



        돈 쓸 시간도 없어야 돈을 모을 수 있다고 한다. 돈 벌자고 정신없이 사는 것이다. 월급쟁이들이 돈을 못 버는 이유는, 일하는 근무시간이 끝나면, 나머지는 다 돈을 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장사꾼들이 부자가 많은 것은 그들은 잠자는 시간 빼고는 다 돈을 버는 시간이다. 남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직원이 일할 시간에 놀면 근무 태만이지만, 사장이 노는 것은 업무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이것이 부자로 살고 못살고의 차이이다.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사람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사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사기꾼이다.     


                                             "돈 쓸 시간이 필요하다."


        돈을 버는 즐거움이 있다면, 돈을 쓰는 즐거움도 있다. 50세가 넘어 인생 후반전이 되었는데도, 늘 밥을 얻어먹는 사람이 있다. 약은 짓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주위에 그런 친구들 많다. 


        돈을 쓰는 것이 아까운 것이다. 궁색하게 눈치 보고 사는 것이다. 가족들을 위해서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본인을 위해서는 한 푼도 못 쓴다. 초라한 인생일 뿐이다. 태어나면 죽어야 하듯이, 돈을 벌었으면 써야 한다. 설사 돈을 남보다 못 벌었어도, 가지고 있는 돈은 쓰고 죽어야 한다. 대부분은 이래저래 다 쓰지도 못한다. 남은 돈은 내가 죽으면 누군가가 쓸 것이다. 

        그 누군가가 내 자식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에 자신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입이 즐겁고, 눈이 즐겁고, 몸이 즐겁게 추억을 하나하나 만들면서 돈을 써야 한다. 쓰지 않는 돈은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 내 거라고 하면 착각이다. 땅속에 묻어둔 금은보석은 그냥 돌멩이다.     




        부자인 이유는 단지 운이 좋아서 된 것이라며, 가지고 있는 돈을 겸손하게 사회 환원하는 부자들이 있다. 그들과 비교 하지 말자. 그런 것을 기대하지 마라. 그들이 먹다 흘린 밥풀떼기만큼도 돈이 없다. 새 발의 피다. 그들은 이미 누릴 것을 다 누리고 사는 사람이다. 

        사회 환원 같은 말을 하기 전에 자기의 즐거움을 위해 써야 한다. 일생 돈을 모으기만 한다. 그리고 죽으면서 전 재산을 대학교에 기증하는 독거노인들이 있다. 좋은 일이다.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위해서 영화 하나 안 보고, 맛있는 음식은 언감생심, 여행 한번 안 다녀본 사람들이다. 

        통장에 돈이 있지만,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그들의 전 재산 헌납에 칭송하는 사회가 이상한 것이다. 그들의 삶은 빈약한 삶이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해외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살고 싶다.      



        돈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쓰지 않으면 부자가 아니라 가난하게 살다가 죽는 것이다. 땅 많은 거지일 뿐이다. 돈은 숫자였을 뿐이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고 그 돈은 누군가가 쓴다. 아니면 나라에서 깔끔하게 세금으로 뺏어간다. 돈 쓸라고 악착같이 번 것이다. 시간 때우려 개고생한 것이 아니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면 이제 어떻게 쓸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내가 쓰지 않으면 다들 내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번돈, 내가 쓰고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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