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빨래도 청소도

008

by 경국현

젊을 땐

귀찮아서

미뤘다


밥도

빨래도

청소도


지금은

귀찮아서가 아니라

우울해서

못 한다


손보다

마음이

먼저 꺼진다

내 하루도

식은 채

놓여 있다


실버타운엔

대신 해주는 사람이 있다지만

나는

그럴 돈이 없다


오늘도

밥은

입만 적신다


빨래는

피했다

먼지는

말이 없다


외롭다



☞나의 노트

이 시는 늙음의 감정이 아니다. 손이 아니라 마음이 멈추는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돌보고 치우는 일의 반복인데, 그 반복이 버거워지는 때가 온다. 실버타운은 구조물이 아니라, 내 마음의 환영이다. 나는 여전히 혼자, 오늘도 내 마음 하나 제대로 걷지 못한다. 말이 없는 먼지처럼, 나는 조용히, 그렇게 외로워지고 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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