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BC에서 AI를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칼럼을 읽었다.
"기계가 쓴 글을 왜 읽어야 하죠?"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그 기사엔, AI에 대한 거부감과 우려, 그리고 인간 중심성에 대한 목소리들이 담겨 있었다.
'글을 쓸 수고도 하지 않은 사람이 쓴 글을 내가 왜 읽어야 하냐'는 말이 강렬하게 인용됐고,
환경 문제, 인간성, 사고력 저하, 기술에 대한 회의 등이 줄줄이 제기됐다.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지나치게 정서적이고, 현재의 기술 환경을 무시한 채 과거의 감수성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AI 기술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그 거부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자 한다.
물론 AI의 확산이 가져오는 직업적 위협, 인간 노동의 가치에 대한 불안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 불안은 외면하거나 조롱할 것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인간의 가치를 지킬 것인가로 이어져야 한다.
아래는 AI 거부론에 대한 5가지 반박이다.
이미 우리는 구분하지 못한다.
그 논리라면 컴퓨터로 작성된 글도 거부하고, 연필로 손수 써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인간은 AI 이전에도 ‘가공된 정보’, 즉 선동과 편향된 콘텐츠에 쉽게 휘둘렸다. 이미 대부분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이런 세상에서 AI가 썼다는 이유만으로 글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건 본질에서 벗어난 판단이다.
AI 기술이 장기적으로 인류의 자원 낭비를 줄여줄 가능성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AI는 물류, 에너지, 교통, 행정 효율을 극대화시켜 오히려 탄소 배출과 낭비를 줄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산을 깎아 태양광을 설치하며 “환경보호”를 외치는 모습이야말로 이율배반적이다.
AI는 도구일 뿐이다.
칼을 주면 요리를 할 수도, 해를 끼칠 수도 있다.
AI 역시 사용자의 태도와 목적에 따라 사고력의 깊이를 더할 수도 있다.
AI로 단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 사고력을 잃는다는 말은 원래 사고하지 않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탓할 건 도구가 아니라 사용 방식이다.
AI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술 발전은 선택이 아닌 환경이 된다.
AI를 거부하는 것은 조선시대 화약 무기를 ‘비인간적’이라며 외면하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미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초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더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게 정답이다.
그렇다. AI에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왜 사용을 거부할 이유가 되는가?
이미 진짜와 가짜, 사람과 비사람의 구분이 어려운 시대다.
기쁨도, 향상심도 없다며 냉소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감각과 태도다.
세상은 결국 "어떻게 쓰느냐"로 나뉜다.
우리는 이미 감정 없는 도구가 만든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릴스, CapCut의 자동 편집, Whisper 기반 자막, ChatGPT가 생성한 릴 스크립트.
모두 AI가 개입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것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기 쉬워졌고,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환영받는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사회적 선이고, 어디부터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인가?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정부인가, 아니면 플랫폼인가?
애초에 그 선은 명확하지 않다.
기술은 도덕적이지도, 비도덕적이지도 않다.
기술은 그저 도구이고, 방향은 인간이 결정한다.
그러니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의 기준과 태도다.
아마 저 사람들은 벌써 상용화 직전인 자동차 자율주행 같은 기술도 끝내 믿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력을 잃는 것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불안감일 것이다.
하지만 기술은 늘 그런 식으로 등장했고, 늘 저항과 불안을 딛고 진보해왔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거부할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그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최소한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술은 감정을 몰라도, 우리는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기술을 두려워하는 데서가 아니라, 제대로 사용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결국, 감정 없는 도구를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건,
감정을 지닌 우리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