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게 만드는 '리추얼'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 출근길 스타벅스에 들려 샷 추가한 라테를 한잔 마시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잤냐고 아침 인사를 하는 것.
매일 의식처럼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 그것이 리추얼(Ritual)이다. 왜 이런 일상적인 것들에 리추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그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창조적인 행동을 하는데 수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리추얼(Ritual)의 사전적인 정의는 무엇일까?
어학사전에는 리추얼은 '의식 절차, 의식과 같은 [의례적인]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종교적인 의미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정신분석 용어사전에서는 '정형화되거나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행동 유형 또는 증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닌 만큼 여러 가지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리추얼을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데 꼭 필요한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왜? 리추얼이 필요할까?
왜 내가 리추얼을 원하는 결과를 얻는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부분도 있지만 우선 '윌리엄 맥레이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된 텍사스 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윌리엄 맥레이븐'은 오사바 빈라덴 체포작전을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한 해군 제독이다.)
"매일 아침 잠자리를 정돈한다는 건 그날의 첫 번째 과업을 달성했다는 뜻입니다. 작지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자존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도 다른 일을 해내야겠다는 용기로 발전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할 무렵이 되면 아침에 끝마친 간단한 일 하나가 수많은 과업 완료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인생에서는 이런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 이야기하자면, 최근 베스트셀러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팀 페리스는 최고의 온라인 마케터 '노아 케이건'의 이야기를 이렇게 전달하고 있다. 그는 호텔에 묵을 때조차 손수 침대를 정리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3분 내에 잠자리를 정리하라. 그 이상의 시간을 쏟으면 며칠 하다가 포기하게 된다."
많은 성공한 사람은 잠자리 정리 말고도 의식처럼 행하는 행동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리추얼이며 어떻게 보면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행동 유형으로 되어 버리는 것이다.
조금 다른 유형의 리추얼을 살펴보자면,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사례를 들 수 있다.
무라카미는 소설을 쓸 때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대여섯 시간을 쉬지 않고 일한다. 오후에는 달리기 나 수영을 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든다. 그는 2004년 <파리 리뷰> 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런 습관을 매일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고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반복 자체가 중요한 것이 된다. 반복은 일종의 최면으로, 반복 과정에서 나는 최면에 걸린 듯 더 심원한 정신 상태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한 권의 소설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시간 동안 이처럼 똑같이 반복되는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신 수양이 있어야 하고, "체력도 예술적 감성만큼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해변의 카프카>, <IQ84>등 유명한 소설을 썼다. 그에게 있어서 이런 자기중심적 시간표는 사교적인 삶을 허용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무라카미는 자신의 삶에서 결코 등한시할 수 없는 관계가 독자와의 관계라고 확신하며 "내가 늘 앞선 작품보다 더 나은 신작을 발표한다면, 독자들은 내가 어떤 식으로 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소설가로서 내 의무, 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바는 그것이지 않겠는가?"라고 이야기한다.
무라카미가 가지고 있는 리추얼은 예술가로서의 글쓰기에 적합한 리추얼을 직접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리추얼을 평생 동안 지키면서 보인이 이루고 싶은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이뤄냈다. 이렇게 일상을 통째로 리추얼로 만들어 버리는 모습들은 특히 예술가의 작업 모습에서 찾아보기 쉽다.
예술가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은 어떠한 리추얼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 또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다양한 리추얼을 가지고 있다.
몇 년 전에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할 때,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와서 '아이스 모카'를 주문하던 단골손님이 있었다. 직장에 다니는 젊은 여성이었는데, 여름에는 날씨가 더우니 차가운 음료는 마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날씨가 추워짐에도 불구하고 꼭 '아이스 모카'를 주문했다. 궁금했다. 왜 추운데도 불구하고 차가운 음료를 고집했던 걸까? 한 번은 기회가 있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왜 겨울인데도 차가운 음료를 드시나요?"
그녀는 살짝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 차가운 모카를 마시는 게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거 같아요"
그때는 이게 어떤 의미일지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리추얼이 깊게 다가온다.
의도적으로 리추얼을 만들 수 있을까?
처음 리추얼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리추얼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도적으로 만든 리추얼은 과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 였다. 직접 경험했던 사례를 들어보자면 리추얼은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으며, 긍정적인 효과 또한 분명했다. 하지만 의식 차원에서 긍정적인 리추얼을 만들려고 노력했을 때 '작심삼일'의 문제점 또한 분명히 있었다. 그렇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기는 리추얼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을 기대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보통의 사람이었다.
리추얼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싶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고 싶다거나, 탄수화물을 줄여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거나 각자가 원하는 모습이 다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리추얼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니다. 리추얼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적합한 상태로 만들어 주는 작은 행동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깰 수 있도록 곧바로 커피 한잔을 내려 책상에 앉아서 시간을 갖는 행동이 내가 원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리추얼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원하는 리추얼을 만들어야 할까?
효과적으로 리추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규칙을 활용하면 조금 더 효과적인 리추얼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 작은 단위의 행동을 리추얼로 활용해야 한다.
리추얼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열쇠이며, 그 문을 열기까지의 역할을 할 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발생하는 일은 그 이후의 문제이다. 글쓰기를 하는데 글이 잘 안 써진다거나, 공부를 하는데 집중이 잘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행동을 시작하고 반복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반복을 위해서 작은 단위의 리추얼을 이용해야 한다.
2. 나에게 맞는 리추얼을 찾기 위해서 반복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모두 다르다. 본인이 원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 적합한 리추얼을 찾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사람의 방법을 간접 체험하고 확인하여 본인의 방법에 맞게 적용해라.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낸 사람의 리추얼을 모델링하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다.
3. 진심으로 원하는 바를 먼저 확인하라.
리추얼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실제로 내가 원하는 모습과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 리추얼을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지만 내가 설득되지 않는다면 리추얼이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기에는 힘든 고통이 따른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리추얼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리추얼을 만들기 위해서 나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에 따라 어떻게 시간을 활용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행동을 반복한다. 그 첫 번째가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 내리고, 짧은 명상을 한다. 그 후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의 글쓰기 시간을 갖는 것이다. 외부 일정이 생긴다면 어쩔 수 없이 글쓰기를 못할 때도 있겠지만, 일어나는 시간만큼은 평생의 리추얼로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다면 외부 일정을 개인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기를 간절히 꿈꾸고 있다.
당신은 매일 아침 무엇을 위해서 몇 시에 일어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