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erKS Jul 06. 2020

[독서 기록] 신데렐라주사가 미용 주사가 아니라고요?

양광모의 <혼자서도 병원비 걱정 없습니다>를 읽고



<혼자서도 병원비 걱정 없습니다> 서평단 모집에 댓글을 단 것은, 이제 건강에 신경 쓸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지 않아도 '되는 대로 살면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지만 되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 게 인생인 것 같다. 내 건강도 내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걸 최근 몇 년 사이에 깨닫게 되었다.


책은 '병원비 영수증 이해하기'으로 시작되는데, 이 부분이 잘 짜여 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도 대학병원에서 말하는 '비급여항목'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로 닥치고 나서야만 검색하고 공부하게 되는데, 이 책을 보면 나처럼 당황하게 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비급여]로 넘어가면 [선택진료료]와 [선택진료료 이외]로 나뉜다. 선택진료료료란 선택진료에 따르는 비용이고, 선택진료제란 대학병원이나 대형 병원에서 환자가 원하는 의사를 선택해 진찰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하지만 최근에 없어졌다.

- 병원비 영수증 이해하기 中


'누구나 아프다', '아프지 않아도 돈은 든다', '혼자 살더라도 건강을 지키자', '떨어져 있더라도 부모님 건강은 지키자'라는 네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아프지 않아도 돈은 든다'의 부분이 가장 흥미롭게 읽혔다. 신체적 문제가 생겨서 병원에 가는 경우에는 돈이 들어도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고민이 되진 않는다.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체크해 보는 정도랄까. 그런데 꼭 필요하지 않은 병원 치료의 경우에는 나의 행동이 사치인지 아닌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 '아프지 않아도 돈이 든다'는 이런 류의 치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좀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 안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건강보조제'에 대함이었다. 피곤하거나 독감에 걸리면 수액을 맞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다들 나이가 든 탓이다. 나는 영양제를 많이 먹는다. 다른 친구들도 한두 가지는 먹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우리의 선택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설명이 있었다.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으나 그런 마음도 없으면 살기 힘든 현실이다. 


우선순위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 건강에 신경 쓰기 힘든 현대인의 '불편한 마음'에 적지 않은 위로를 주는 측면도 있다. 적절한 운동이나 건강한 식생활을 못 했으니까 이거라도 잘 먹자는 심리가 있는 것이다.

-꼭 필요한 영양제 vs 먹어도 그만 먹지 않아도 그만인 영양제


이 부분이 공감에 의해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면, 충격에 의해 기억에 남는 건 '미용 주사'에 대한 것이었다. 상업 용도로만 만들어진 줄 알았던 이것들이 사실 원래 용도가 있었다는 데에 놀랐다.


이름만 들으면 미용 목적의 주사 같지만, 실제 성분을 보면 영락없는 전문의약품이다. 이 제품들은 질병 치료와 완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예를 들어 태반주사는 간 기능 개선, 신데렐라주사는 당뇨병으로 생긴 말초신경병증에 이용하는 제품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이 주사를 미용 목적으로 사용한다.

-근거는 부족하고 안타까움은 넘치는 미용 주사


어쩌다 원 용도를 잊고 미용 목적이 되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누구나 꿈꾸는 '늙지 않음'을 앞세워 사람들을 현혹했지만 그런 현혹을 하는 주사여서 눈살을 찌푸리고 보았는데, 사실 원래 그 주사들은 다른 것을 치료하기 위함이라니 주사 자체에 비난 섞인 눈을 보낸 걸 반성했다. 그걸 다르게 사용하려는 사람들을 미워해야지, 주사를 미워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혼자서도 병원비 걱정 없습니다>를 훑어보면, 1인 가구들(사실 모두가)이 건강에 대해 궁금할 만한 것들을 훑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료 부분에서 아주 깊은 깊이의 지식을 원한다면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각주로 추가된 내용까지 살펴보면 정보성이 낮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쉽게 읽히는 의료 교양서라고 볼 수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얼마 전 <이 약 먹어도 될까요>를 출간했는데, 이 두 권이면 혼자 살면서 병원과 약 복용에 대한 정보는 모두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30이 넘은 1인가구들이라면, 나중에라도 찾아보고 싶을 때를 대비하여 이 책을 하나씩 구비해 두었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독서 기록] 인간이란 결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