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유주얼 매거진 vol.8 <퇴근 퇴사 퇴짜>를 읽고
컨템퍼러리(contemporary)와는 거리가 먼, 어쩌면 아날로그와 더 친한 사람이다. 그래서 언유주얼 매거진의 센스 있고 예쁜 표지가 부담스러웠다. 마치 소화할 수 없는 키치한 옷이 들려 있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결제 코너까지 간 건, 이런 잡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을지 궁금해서였다.
나의 소비는 꽤 단순하다. 새로운 것보단 늘 사던 것들을 사고, 취향은 가격에 맞춰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몇 번씩 충동적 소비를 한다. 쓸데없지만 귀여워 보이는 것이라든지, 내용은 모르지만 표지가 예쁜 책이라든지, 단골 편의점에 새로운 맥주가 들어왔다든지 하는 이유에서다. 이 책은 '표지가 예뻐서'라는 충동적 이유로 선택되었다.
미용실에서 주는 잡지도 읽지 않는데, 그런 성향에 비추어보면 이 잡지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글의 형식이 다양한 이유도 있었고, 주제가 '퇴근, 퇴사, 퇴짜'여서이기도 했다. 단편 소설부터 시, 에세이, 기사까지 여러 형식이 있어서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요즘 우울한 마음에 자주 사로잡혔는데, 이걸 읽을 때는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책에만 바짝 집중했다.
올해 회사를 그만둔 이후, '퇴사'에 진득하게 빠져 있었다. 퇴사기를 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퇴사기를 읽기도 했다. 책을 만들 당시 '이 정도면 되었다' 싶었는데, 언유주얼 매거진을 읽으면서 이런 부분은 좀 더 욕심을 내도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참여했던 것보다 필진이 다양하니 많은 이야기, 많은 관점으로 회사 생활과 퇴사, 퇴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이 점이 가장 부러웠다. 회사 생활 하면 생각나는 감자(만화가) 작가와 장류진(소설가) 작가가 있는 걸 보고, 주제에 맞는 필진 설정이 잘된 매거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1단으로 편집된 글의 너비였다. 안쪽 여백이 좀 더 많고 너비가 짧은 편이 읽기 좋을 것 같다. 안쪽으로 많이 되어 있어서 넓게 펼쳐야 했다. 잡지 형식상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약간은 불편했다. 그리고 내지에 들어간 사진들 중 몇 개가 선명한 느낌이 덜했다. 그 점이 굳이 꼽자면 아쉬운 점이었다.
유명한 작가, 인스타그래머, 만화가 등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을 한데 모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잡지라고 느껴졌다. 필진과 주제가 좋아하는 것과 일치한다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잡지라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