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배의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를 읽고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떠오른 생각 두 가지는 ‘관람객이 이렇게나 많다고?’와 ‘정말 넓다’는 것이었다. 방대한 자료가 전시된 만큼 계획이 없었다면 무얼 보러 가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가이드와 함께여서 고민이 없었다. 먼저 유명한 작품들을 감상했고, 이후 한 시간의 자유 시간을 주었다. 그때야 다른 작품들을 조금 둘러볼 수 있었다. 가이드북의 내용으로 틈틈이 공부했지만 둘러볼 때 배경지식이 적은 게 아쉬웠다.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을 읽으며, 이때가 생각난 이유는 그때 이 책을 읽고 갔더라면 시간을 분배하는 데에 도움을 받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니케 상처럼 유명한 작품들 외에도 역사, 예술 등의 인문학을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다수 소개되어 있어서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여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만 하는가?’라는 주제였다. 보티첼리의 <봄> 속 여신들의 모습에 길들여져, <삼미신> 속 여인들이 여신인가 싶은 의문을 갖게 되는 게 얼마나 좁은 생각인지 깨닫게 되었다. 웹툰 <화장을 지우는 남자>에서도 여신을 화장기 없는 얼굴로 표현한 에피소드가 나왔다. 이 지점과 겹쳐, 여신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 글이었다.
이 글 외에도 쇼팽과 상드의 관계를 알려준 쇼팽의 초상화, 안티누스 흉상으로 본 당시의 조각 풍속 등을 인상 깊게 읽었다. 루브르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 책을 보고, 관람하고 싶은 작품을 몇 개 결정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루브르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다는 점은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의 장점이다. 아쉬운 점은 글 하나의 이야기가 짧아서 깊은 지식을 얻기는 다소 어렵다는 것이다. 더 알고 싶은 지식이 생기면 인터넷 검색 등의 부가 검색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내용이 짧아서, ‘그림 속 치정’, ‘조각 속 인물’이라는 식의 큰 덩어리로 편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글 하나의 분량을 끝내는 희열이 조금 더 컸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