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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Sep 14. 2020

[독서 기록] 글을 잘 쓰고 싶어요

-스탠리 피시의 <문장의 일>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단, 겁먹고 적지 않으면 늘지 않으니 눈을 딱 감고 일단 써 내려가는 것이다. 뭐든 해보는 것 말고는 실력을 늘릴 길이 없기 때문이다. 내게는 주제를 잡는 것조차 용기를 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고 느낀 것들을 적는 것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주제는 '글' 자체였다. <문장의 일>은 부제처럼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술을 써놓은 책이다. 1장~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 내용을 알고 싶다면 10장을 읽고 나서 1장부터 읽어 가면서 기술을 익히는 게 좋겠다. 10장에 책 전체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번역서이기에 예문이 영문으로 나와 있다는 것이다. 첫 문장 파트에서 영어로는 한 문장인 것이 번역문으로 읽을 때는 여러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갸우뚱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 초심자보다는 글을 써왔고, 그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보다 쉬운 글쓰기 책을 읽고 싶다면 유유 출판사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추천한다. 


<문장의 일>에 대한 전체 감상을 끝내고, 다음으로는 기억에 남았던 구절과 감상들을 짧게 짧게  적는다.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반문한다. "글쎄요, 문장을 좋아하나요?" 학생은 이러한 반문에 놀란다. 그러나 딜러드는 질문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안다. 동료 작가가 학생에게 던진 질문은 "문장을 좋아하는 일이야말로 작가 생활의 출발점"이라는 의미였다. (1장 왜 문장인가? 中)

'문장을 좋아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이 인상에 남았다. 글을 쪼개면 문단이 되고, 문단을 쪼개면 문장이 된다. 글의 작은 구성단위인 문장을 좋아하여 들여다보고 궁리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 같았고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가끔 한 문장에 빠져 뒤에서 기다리는 문장들을 쓰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로 고민하고 고민하여 문장을 내어야 한다. 그 문장이 결국 글이 될 테니까. 이 부분은 글을 쓰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좋은 문장의 요소를 분석하는 일에는 또 다른 이점도 있다. 문장을 분석하고 비슷한 문장을 작성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일은 문장을 읽는 연습과 일맥상통한다. (1장 왜 문장인가? 中)

필사를 하는 이유가 이와 같지 않을까? 좋은 문장을 분석하고 비슷한 문장을 적고 싶다는 생각에서. 문장은 중요하다. 문장이 제대로 적히지 않으면 그 안의 뜻이 읽히지 않는다. 여러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맞춤법 검사를 제공하는 것도, 맞춤법 실수로 그들의 열정이 전달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물론 궁극적인 목적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나 쟁점에 관해 강력한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 연습을 하는 단계에서 처음부터 문제나 내용 자체를 최우선 사항으로 놓으면, 그 문제를 언어적으로 올바르게 구사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3장 생각(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中)

앞에서 했던 이야기와 이어지는 면이 있다. 원고 검토를 하던 때가 생각났다. 아는 사람의 원고라 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을 때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던 상태였다. 원고를 열어보니 문장 형식은 둘째치고 정리 안 된 상태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재미없기만 해 봐라!' 싶은 마음을 갖고 눈을 부릅뜨게 되었다. 이 글을 보고는 그때 생각이 냈다. 좋은 문장, 단정한 문장이 아니면 뜻은 전달되지 않는다. 



첫 문장은 그 뒤에 따라올 모든 문장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마지막 문장이기도 하다. 첫 문장의 각도는 '앞으로 기울어' 있다(내가 만든 표현이기도 하다). (8장 첫 문장 中)

글쓰기 수업을 들을 때, 첫 문장 쓰기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도 이 책에서도 첫 문장이 큰 의미를 갖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모든 것을 가진 문장, 앞으로 기울어 있는 문장이기에 나는 첫 문장을 처음 써본 적이 많지 않은 듯하다. 모든 글이 완성되고 나서, 방향이 담긴 처음을 적는다. 나는 방향을 잡고 걷고 돌아와 이정표를 세우는 편이다.



마지막 문장에는 이점이 하나 있는데, 앞서 제공한 모든 내용이 발생시킨 흥미를 고스란히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시동을 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시동을 꺼야 한다. 이 때문에 대개 애수를 띤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독자는 정든 것을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작가의 고별사인 마지막 문장을 인심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 9장 마지막 문장 中)

마지막 문장을 쓰는 게 제일 어렵다. 여기서 말한 '애수를 띤 문장'을 쓰려고 한다, 관성처럼. 힘을 주어 쓰고 나면 부끄럽고, 평범하게 끝내자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어여쁘다는데, 문장을 예쁘게 떠나보내기가 그렇게 어렵다. 이건 여전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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