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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Nov 12. 2020

[독서 기록] 문장을 기록하는 정도의 사치

오하림의 <나를 움직인 문장들>을 읽고



세상에는 예쁜 책이 많고, 예쁜 책이지만 내용도 좋은 책들이 많다. 여기서 내용이 좋다는 책이란 '읽을 가치'를 지닌 매체라는 뜻이다.
책의 가치를 유용성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유용성이 가치의 절대 평가 기준이라면, 제 평가를 받지 못할 책들이 많을 것이다. 문학은 더욱 그렇다.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남는다면 그게 책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읽은 <나를 움직인 문장들>은 나에게는 예쁘면서도 좋은 책이었다.

7년 차 카피라이터인 오하림이 고른 문장과 그에 대한 감상으로 이루어진 <나를 움직인 문장들>. 이 책의 문장들은 그녀의 마음에 남은, 그녀에게 가치 있는 것들이었을 문장이다. 나는 그 문장과 더불어 그녀의 감상에서도 마음에 남을 문장을 얻었다. 그녀가 얻은 문장으로 시작한 글에서 나도 문장을 얻는 기쁨, 이 책은 그런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모든 것을 즐거워하던 청춘들은 말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다 지치면
두번째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고.
- 예능 <신서유기 외전 : 꽃보다 청춘> WINNER 편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다 지치면, 두 번째 좋아하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칠만큼 많은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실패했다 생각하는 건 너무 섣부르다.
인생은 길고, 우리는 젊고, 대안은 많다.
- <대안은 많다> 중

그녀가 고른 문장과 내가 고른 문장이다. 여러 가지가 마음을 움직였지만, 그중 가장 먼저 생각난 부분은 이것이었다.
지금보다 젊은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으레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거야?"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도, 대학교 때 친구들에게도 나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미 해볼 수 있는 걸 해보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면 두려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이 말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그때의 나에게는 '대안'이 없는 듯 살아왔고 지금도 그때의 대안은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에게 두 번째 선택은 없는 것처럼 굴었다. 그래서인지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를 조여 오면서 살아온 날들이 기억났고, 이제는 조금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참 별거 없는 문장이지만 요상하게도 힘이 되는 문장들이었다. 사치란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듣고 싶은 문장을 머릿속에 넣어주는 것, 유용하지 않은 걸 기억해주는 것, 그 정도의 마음쓰기라고 생각한다. 그 사치가 내게 오늘 작지만 행복한 힘을  주었다. 그래서 작은 영업을 해보고 싶어, 나의 저녁 시간을 내어 <나를 움직인 문장들>에 대해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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