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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Mar 25. 2020

[독서 기록] 도움을 받았기에 도움을 줄 뿐이다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읽고

우리가 어린아이의 투정과 실수를 이해해 주어야 하는 것은, 우리도 어릴 때 그 아이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그들의 이해를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거꾸로 몸이 약해지고, 정신력이 약해진 어른을 도와주어야 하는 건 우리도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JTBC의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가 호평을 받았다. 거기서 일순 늙어버린 친구가 나와 함께하는 게 힘들다면 떠나도 된다고 말하자, 한 친구가 그렇게 말한다.


"나는 너를 위해 빨리 가서 앉을자리를 잡아놓을 것이고, 너는 네 속도대로 걸어오면 된다. 그렇게 네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내가 하면 된다. 우리는 친구니까."


정확한 말은 아닐 테지만, 이런 류의 말을 했다. 이 말이 이 책이, 또 이 프로젝트가 하고 싶은 말을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치매노인들이 서빙하는 식당을 열자. <주문이 틀리는 요리점>은 치매 걸린 사람들을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그들이 준비하는 식당을 열었고, 일반인을 초대하여 그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봐 주길 원한다. 이 프로젝트는 기획 과정부터 꽤 많은 사람들에게 반대를 받는다. 그러나 기획자가 뚝심 있게 밀어붙여 성사되었고, 이 프로젝트는 꽤 인기를 끌게 된다.


기획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던 것처럼 식당을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어떤 주문지를 만들어야 최대한 실수 없이 서빙할 수 있을지 등등을 꽤 심도 있게 고민하였다. 미리 서빙할 분들을 불러 몇 번의 연습을 시키기도 하였다. 이 식당을 준비하는 모두가 이 프로젝트가 성공으로 끝날지 반신반의했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이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었는데, 그것은 실수가 있을 것이라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식당에 들어섰기 때문인 것 같다. 메뉴는 겨우 세 개지만 잘못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람들은 이미 고지받은 상황들에 대해 놀라지 않았고, 치매 노인들에게 기분 나쁜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니 치매노인들은 실수를 해도 주눅 들지 않았다. 그들이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한 것만으로도 꽤 웃음 짓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이전에 악기 연주자였지만 치매에 걸려서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여인이 남편과 함께 축하곡을 연주한 에피소드가 꽤 기억에 남는다. 오랜 시간 한 곡을 연습했지만, 예전처럼 한번에 실수 없이 연주는 가능하지 않았다. 남편과 똑같은 부분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천천히 음악을 쌓아나간다. 그 부분이 꽤 감동적이었다.


 





남들과 다른 부분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준다는 것,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을 굳게 먹어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될 때도 있고, 배려해 준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남겨줄 수도 있다.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진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태도로 받아들여준다는 것이다. 그건 내가 그를 편견 없는 눈으로, 나와 같은 사람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난 이게 참 어렵다.


하지만 노력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서두에 말했듯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고, 또 나중에 어떤 도움을 받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치매에 걸린 분들을 포함해서 보통의 범주-일반적으로 특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범위-에서 벗어난 분들을 남들보다 조금 느린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보폭에 맞출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이런 일을 스스럼없이 하는, 나와 조금 다른 사람들도 보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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