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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Dec 05. 2019

오늘은 회사 욕만 합니다.

과거의 나는 다시 생각했어야 했다

세 군데 출판사에서 일하며 생각했다.

'아직도 이렇게 옛 방식으로 일하는 곳이 있다니!'

다음에는 젊은 감각을 갖춘 회사에서 일해야지란 생각도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해오지 말았어야 한다.

열네 살, 중2. 중2병이 괜히 오는 게 아니다. 삶을 오래 살지 않은 생동감에서 오는 병이다. 회사는 더 하다. 그걸 알았어야 한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현재 3년 차.

아이로 따지면, 걸어 다니면서 미운 네 살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닐 때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가 직원들 마음을 아주 다 깨부수고 다닌다.

계획을 짜놓으면 어그러지기 일쑤다. 매일 "이게 제일 급한데!"라는 일들이 들어오고, 일주일 전쯤부터 준비 중이었던 업무는 마무리 하루 전날 하게 되고, 사고는 계속 터지고, 회사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는 말을 한다.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음에도 이미 지나간 일은 '매몰비용'으로 두고 야근을 하라고 말했다. 내 감정까지 매몰될 수는 없는 일이었는데. 그런 일이 8개월치 쌓여가고 있고, 회사는 여전히 바빠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 많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일'들은 왜 매번 나에게 마무리 하루 전에만 들어오고,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암암리에 알고 있었던 '내 일이 될' 그것은 꼭 시일이 다급해져서 들어왔을까.

며칠을 고심하여 짠 콘셉트를 하루아침에 엎는 건 괜찮다. 회사 다니면 비일비재한 일 아닌가. 그런데 그걸 맞춤법도 틀리는 회사 윗사람의 10분 컷으로 만들어낸 임기응변이 대신하는 꼴을 서너 번 보니 속이 꼴린다. 배알이 꼴렸다. 그러나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위고 내가 아래인 걸.


오늘도 이 일들 중 하나가 발생했을 뿐이고

난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나만의 노트에 욕지거리를 해대고

노트를 닫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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