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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Apr 18. 2020

[영화 기록] 흑백의 색

영화 <동주>를 보고



결말을 아는 영화였다. 영화 '동주'의 결말을 예상치 못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미 슬픈 결말을 알고 있으므로 이 영화는 쉽게 꺼내어볼 수가 없었다. 영화를 한 해에 손가락 수만큼도 볼까 말까 하지만 전공에 대한 일말의 가책이 있어 '말모이'와 같은 것들을 보곤 한다. '동주'도 그런 가책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국문을 전공했던 사람으로 봐야 하는 의무가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있었다.


배우 강하늘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배우라 하여 모든 영화, 드라마를 보는 건 아닌 특이한 팬이지만 이 영화는 앞의 이유도 있어서 더 봐야겠다 생각했지만 쉽게 꺼내지지 않았다. 일단 영화관에서 상영할 당시엔 시간이 없었고, 다시 보기로 봐야 할 때는 이왕 늦은 거 때를 노리고 있었다. 조금 더 집중해서 영화의 의미를 잘 받아들일 때. 그러다 4년이 넘게 흘렀고 며칠 전에야 '동주'를 보게 되었다.


얇은 책이라 하여 의미가 얇지 않은 것처럼, 흑백 영화라 하여 영화에 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흑백으로 함으로 색이 명확해진 영화가 아닐까 싶다. 감독의 말을 보고 영화를 보아서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귀가 얇은 편이니까. 그런데 영화 속 색이 없어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안에서 송몽규에 비해 윤동주가 유약한 이미지인 것은 사실이나 저런 핍박 속에서 저 정도 생각을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항거라는 생각을 한다. 일제강점기 영화에서 배신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욕을 하려다가 생각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배신도 못했을 거야.'

배신도 일단 항거에 가담해야 가능한 일이다. 나는 그럴 배짱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욕할 자격이 없으니 묵묵히 보자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도 같은 마음이었다. 나는 그를 유약하다고 말하면 안 된다. 나는 그보다도 유약한 사람이니.


먹먹한 영화가 끝나고, 그 안에서 마음을 토해낸 시인 동주도 온 힘을 다해 표출한 몽규도 모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외에도 자유를 찾아준 모두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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