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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Apr 22. 2020

[독서 기록] 두 사람과 나

김사과의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를 읽고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이수영과 한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립대 국문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데에서 마음의 허들이 조금 낮았다. 이들이 처음 만난 공간적 장소에 나도 들어가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과에 대한 인식도 비슷했다.


국문학과 40명 남짓한 신입생 가운데 실제로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한비가 유일했다. 나머지에게 국문학이란 고교 수업과 수능 대비를 위해서 지겹도록 읽고 또 읽어야 했던 엄청나게 지루한 문장들이라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독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학생은 외국문학에 훨씬 익숙했다.


내가 입학했던 국문과도 이런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 같다. 국문에 관심 있어서 들어왔다기보다 어쩌다 보니 이곳으로 오게 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수업에서 뭘 가르치는가 보다 어느 수업에서 점수가 잘 나올지 고민하는 동기들이 더 많았다. 공무원 준비를 위해 애썼다는 말은 그때도 통용되었다. 


한비처럼 자유로운 영혼도 분명 있었다. 개중 정말 특이한 몇몇은 이런 것이 문학도의 멋이라고 이야기하며 기괴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한비의 행동이 수영을 배려하지 못한 행동이라면, 기괴한 동기 몇몇은 단어 그대로 '기괴한' 행동들을 하기도 했다. 함께하는 입장에는 그리 생각할 수 없겠지만, 한비 정도면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변에 수영과 같은 사람은 없었다. 순문학(순수성을 추구하는 문학)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있었는데 모르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다닐 때만 해도 등단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등단을 목표로 했다가 포기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작품의 중심인물 둘 중 수영에게 조금 더 관심을 둔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서사 자체도 수영 분량이 훨씬 많기는 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녀가 글을 쓰다가 좌절하는 과정을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순문학과 창작자의 길을 포기한 것이(아주 어릴 때 포기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과 같은 예술가로 살 자신이 없었다. 그러기에 나는 너무 속물이다. 그렇다고 한비처럼 살 마음은 없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보통의 사람이었다. 이 작품의 두 사람을 보면서 나는 이들보다는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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