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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Apr 22. 2020

[독서 기록] 누군가를 위한 마음

이주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을 읽고 


<호텔 창문>의 순서상 다섯 번째 작품이었는데, 묘하게 하나의 분위기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작가의 여러 에피소드임에도 그렇게 느껴지는 건, 현재의 문학 트렌드라는 것 때문일까 생각했다. 한 작가의 특성이 드러나는 것처럼 지금의 소설 흐름에는 시기를 알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단언하기엔 이르지만 그렇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기법이지만, 이 작품집 안에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작품들이 많다. 말하는 부분을 따옴표 처리하지 않고 문장으로만 표현한 작품이 여러 개 들어가 있다는 것도 이들의 분위기를 유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일기를 들여다보면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잡았다는 점 또한 내게는 그들의 공통점으로 보였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 앞의 작품들과 다른 점은, 주요 인물이 여러 명이고 그들이 가족이라는 점이다. <호텔 창문>도 운오와 큰댁 가족이라는 면에서는 겹친다고 볼 수 있다. 그 작품과의 다른 점은 화목한 가정 속 인물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선배의 서점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조지영, 그녀를 자연인 이모라고 부르는 조카 송이, 송이의 할머니이자 지영의 엄마. 세 명이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이야기가 <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 담겨 있다. 엄마가 없는 송이는 할머니와 지영의 품을 번갈아가며 잠이 들지만, 이모나 할머니에게 엄마가 없는 외로움을 탓하진 않는다. 지영은 서점에서 일하며 가족들을 부양하는 게 힘들겠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막걸리를 사오는 것이나 송이에게 책을 사주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할머니는 자신이 가르쳐줄 수 없는 것들을 배우는 송이에게 딸을 양보하고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얼핏 보면 모두에게 있을 법한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들이 유지하는 일상에서 오는 울림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파스타 가게의 준호에게 지영이 마음을 내비치는 것은 이제야 그럴 여유가 생겼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 사람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긴 것이다. 나의 마음은 여유가 자주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를 들이려 하다가도 나의 일, 나의 것 들이 생기면 빈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채울 내 것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한 마음은 그런 내 것들이 욕심 내지 않고 적정한 공간에 있을 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일상이 제자리를 찾고 다른 사람도 생각할 여유가 생긴 지영의 앞날을 응원하게 되었다. 


조지영 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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