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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y 29. 2024

사업관리와 평가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

국방의 연구개발 사업에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군 소요와 연계되는 사업과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은 사업이다. 엄연히 이 두 가지 사업에 대해서는 평가 기준이 달라야 하며, 그러기 위한 규정이나 평가방법 개선 등이 필요하다.




정성 중심의 평가 도입

국방연구개발 사업과제의 개발 목표를 평가할 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개발 목표" 중심의 평가와 다른 하나는 "개발 의의" 중심의 평가이다. 예를 들어, 친구와 언제까지 무엇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약속을 "지켰느냐, 안 지켰느냐"가 중요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친구의 시간을 낭비하게 된 꼴이며 그 외에도 여러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는 "내가 언제까지 어떤 자격증을 따겠다." 든 지, "어떤 책을 읽겠다."와 같은 "계획"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계획인 경우에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도 오직 스스로에 대한 손실 외에 다른 손실은 없다. 그리고 스스로의 계획 달성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부분을 깨달았는지가 중요할 수 있다. 과제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군 소요와 연계가 되는 과제인 경우에는 하나의 약속으로 볼 수 있고, "개발 목표" 달성이 그 과제 성공을 판정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 반면, 자기 계획에 가까운 개발 목표인 경우에는 목표 달성이 절대적인 성공 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과제 수행 과정이 어땠는가, "결과물이 가지는 의의"가 무엇인지 등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국가연구개발 혁신법을 통해 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졌다. 혁신법에 따르면 실용화 과제일 경우에는 정량 중심의 평가로, 도전적 과제일 경우에는 정성 중심 평가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방의 수많은 비 R&D과제들, 다시 말해 군 소요와 직접 연계되는 과제가 아닌 자기 계발 성격의 과제에도 개발 목표 달성이라는 정량적 평가를 절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 R&D사업의 과제 평가 때 심사 위원이 개발 목표 다섯 개 중 한두 개 달성 못한 걸로 실패를 주려고 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아니, 이 과제 성과물이 군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업체 자체 목표인데 모두 달성 못할 수도 있지 않나."와 같은 생각이 들어 답답할 때가 있다. 정성 중심의 평가를 통해 도전적 과제의 실패는 개발 목표 달성보다, 수행 과정에 있어 "불성실 수행"인 경우에 한해서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과제 관리의 개선

평가뿐 아니라, 과제 관리에서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소요와 연관된 과제는 곧 "맞춤형 제작"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과정에 있어 기업의 성장 중심이라기보다 정해진 기한 내에 요구하는 성능을 달성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스템엔지니어링(SE) 절차를 도입하고, 중간중간 개발실태에 대한 점검이 요구된다. 반면 그렇지 않은 과제는 사업 성격 자체가 "업체 성장과 기술발전 지원"에 있다. 이러한 과제는 목표달성이 되면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과제를 실패라고 할 수 없다. 관리 차원에서도 업체의 성장 지원이 우선이며, 개발비의 적합한 사용 그리고 연구노트 작성을 통해 성실한 과제 수행이 될 수 있도록 지도 방문 중심으로 지원하고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 실태는 소요와 연계가 되든 안되든 목표 달성에만 목을 매고, 무리한 SE절차를 요구하는 등 연구개발 주관기관의 혼을 빼놓는 게 다반사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도전적 연구개발이 가능할까. 물론, 연구비 횡령과 같은 부정을 저지르는 몇몇 기업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나쁜 기업들 때문에 과제 관리를 항상 비판적이고 부정적 시선을 기반으로 보수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계속 정량적 평가 위주가 되는 것이다. 결국 나쁜 몇몇 기업들 때문에 선량한 다른 기업까지 "관리를 위한 관리"의 행태에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비 R&D사업의 과제라고 해도 비교적 지원금이 큰 과제가 있다. 이런 경우 대다수 이런 말을 한다. "금액이 크니까, 관리를 좀 더 타이트하게 해야 되지 않느냐.", "그럼, 시스템엔지니어링(SE) 절차를 도입하여 관리하는 게 좋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첫째, SE절차는 국가연구개발 혁신법에 명시되어 있는 절차가 아니다. 둘째, SE절차는 맞춤형 제작이 목적인 과제에 한해서 수행하는 게 맞다. 셋째, 도전적 과제는 목표 미달성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연구환경을 더욱 어렵게 해서는 안된다. 넷째, 과제 관리 절차가 많다고 해서, 개발비 등 관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보여주기식 관리밖에 되지 않는다.




평가에 있어 정성적 평가보다 정량적 평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정성적 평가는 명확한 자기 주관이 있어야 하고, 정량적 평가에 비해 기술적으로 더 많이 알아야 하는 등 평가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제일 쉬운 평가가 "목표 달성 했어, 안 했어?", "안 했어? 그럼 실패." 이거다. "이 과제의 성과물은 향후 어떤 기술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와 같이 평가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성격과 형태에 따라 과제 관리와 평가는 차별성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 그에 따라 평가기준 방법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며, 과제 관리 담당자 역시 부분을 알고 평가 위원 선정과 평가 위원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제발, 도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개발 과제에는 무리한 목표 달성 요구와 과제 관리 등을 지양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좋은 아이다어 기업들의 연구개발 도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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