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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y 30. 2024

방산육성에서 넘어야 할 큰 산

주요 체계기업과 방산육성의 관계

우리나라의 무기체계는 특정 기업에서 제조 및 양산을 한다. 무기체계를 양산하는 기업을 통상 "체계기업"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대부분 중견이상의 대기업이다. 체계기업은 곧 방산업체임을 뜻하기도 한다. 방산업체는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체를 말하는데, 우선 방사청에서 방산물자를 지정하고, 이후 산자부에서 방산업체를 지정한다. 현재 우리나라 방산업체는 80여 개 기업이 지정되어 있다. 방산업체마다 생산하는 무기체계 및 물자들이 지정되어 있다. 해당 물자들은 지정된 방산업체가 아니면 양산을 주관할 수 없다. 따라서 방산육성에 있어 체계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요 무기체계 제작업체

육군의 주요 무기체계로는 전차, 장갑차, 자주포, 헬기, 대공포, 박격포 등이 있다. 전차는 "현대로템"에서 제작하고 양산한다. 주력전차인 K2를 비롯해 K-1 및 K-1A2 모두 현대로템에서 만들었다. 자주포는 K-9이 주력이고 우리나라 주요 수출 무기 중 하나이다. K-9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삼성테크윈)가 만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105A1 차륜형 자주포도 만들었다. 헬기는 주로 아파치와 치누크가 주력인데 모두 미제이며, KUH-1 수리온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만들었다. 대공포로 K-30 비호는 "대우중공업", 천마 미사일은 "한화디펜스"에서 만들었다. 장갑차는 현재 호주 수출진행 중인 레드백을 한화디펜스에서 만들었고, 차륜형 장갑차 K808은 현대로템에서 만들었다. 정리하자면, 육군 주요 무기체계를 양산하는 체계기업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현대로템, 대우중공업, KAI"가 있다. 


해군의 주요 무기체계로는 상륙함,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고속함, 고속정, 잠수함 등이 있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정조대왕함은 "HD중공업"이 제작했고, 충무공이순신함은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만들었다. 울산급 호위함은 HD중공업, 대구급 호위함은 HD중공업 한화오션, 인천급 호위함은 HD중공업 "케이조선"(당시 STX조선해양)에서 만들었다. 초계함인 포항함 역시 HD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만들었고, 참수리급 고속정과 윤영하급 고속함은 "HJ중공업"에서 만들었다. HJ중공업은 가장 상륙함인 독도함과 천왕봉함을 만들기도 했다. 잠수함은 손원일급, 장보고급, 안창호급이 있는데 모두 HD중공업과 한화오션에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소해함 기뢰함 등은 "강남조선"에서 만들었다. 정리하면, 해군의 주요 무기체계인 함정은 "HD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강남조선"이 양산하고 있는데, 구축함 잠수함은 HD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만들고, 덩치가 작은 고속정과 덩치가 가장 상륙함은 HJ중공업, 기뢰 소해함은 강남에서 만들고 있다고 보면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공군의 주요 무기체계인 전투기는 미제가 많다. 국산 기술이 들어간 전투기로는 KF-16, FA-50 파이팅 이글, 훈련기로 T-50이 있는데, 모두 KAI에서 만들었다. 차세대 음속전투기 KF-21 보라매 역시 KAI에서 제작 중이다. 따라서 공군의 주요 무기는 "KAI"에서 제작하고 양산하고 있다.


이처럼 육해공의 주요 무기체계는 특정 기업에서 제작 및 양산하고 있다. 만약, K2 전차에 들어가는 신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있다고 한다면, 그 기술을 방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K2전차를 제작하는 현대로템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방산육성과 체계기업

방산육성 현장에서는 기술을 발굴할 때,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무기체계이며, 다른 하나는 전력지원체계이다. 여기서 무기체계는 또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이처럼 현재 운용되는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 기술이며, 다른 하나는 미래에 운용 예상되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을 방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움직여야 한다. 먼저 현재 무기체계에 적용가능 기술이라고 한다면, 영업을 열심히 해야 한다. 누구한테? 체계기업한테 말이다. 해당 무기체계의 제조사를 찾아가 이 기술을 적용하면 성능이 향상됨을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잘 된다면, 체계기업이 수용하고 기술변경 절차를 거쳐 해당 무기체계에 적용할 수도 있다. 이는 곧 체계기업으로 납품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미래에 예상되는 기술, 현재 없는 기술이라고 한다면, 이 역시 체계기업과 대화가 필요하다.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양산의 능력이 없다면, 게다가 방산업체가 아니라면 양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는 영업이라기보다는 상호 협력관계, 대등한 관계에서의 대화이다. 기술교류를 통해 공동연구를 추진할 수도 있고, 용역을 받아 진행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체계기업으로 납품이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은 전력지원체계인데, 물론 전력지원체계 역시 전투복이나 전투화처럼 전 군 공통품목에 대해서는 양산능력이 있는 큰 기업이 담당할 터이지만, 대체적으로 여기저기 상용화된 품목들이 많이 존재한다. 즉, 다품종 소량 품목이 대다수다. 이는 중소기업도 충분히 바로 제작하고 납품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수상용품이나 조달 혁신제품 지정 등을 통해 직접 납품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대체로 전력지원체계는 무기체계와의 연동이 없는 단일품으로 체계기업과의 관계는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품목에 따라 부분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   




방산육성은 중소기업의 기술 성장과 방산 진입을 지원하는 활동인데, 무기체계에 있어서는 앞서와 같이 체계기업의 협조 없이는 방산 진입이 힘든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전력지원체계는 비교적 체계기업과의 관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직접 주관하여 군납까지도 진행해 볼 수 있겠다. 따라서 평소 해당 체계기업의 협력사이거나 상호교류가 있는 기업이라면, 무기체계 관련 사업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이면서 체계기업 영업도 힘들다면, 차라리 전력지원체계 사업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방산육성사업의 주관 행정부처는 방사청이다. 그런데, 방사청은 무기체계 획득사업을 주관(전력지원체계 획득은 국방부 주관이다.)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방산육성은 지극히 "무기체계" 중심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무기체계의 방산육성을 위해서는 "체계기업"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이는 방산육성 현장에서 풀어나가야 할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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