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과 교정: 시범사업 및 제도 활용

by 김경태

앞에서는 국방 R&D와 비 R&D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이는 의료의 '대수술'이나 '작은 수술'에 비유할 수 있다. 중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방의 연구개발사업과 비 R&D 지원사업이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업의 상태를 진단해 보면, 당장 연구개발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보다 가벼운 '약물처방' 정도로도 충분히 개선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그러한 관점에서, 방산육성의 다양한 제도와 각종 시범사업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영역은 본질적으로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창출이라기보다는, 이미 개발된 기술이나 제품을 인증하거나 군 적용성을 검증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진단자가 기업의 상태를 살핀 후, '수술'이 아닌 '약물요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방분야 시범사업은 3가지가 있다. 무기체계를 대상으로 하는 신속시범사업과 전력지원체계를 대상으로 하는 국방실험사업, 우수상용품시범사용 제도가 있다.

신속시범사업

신속시범사업은 가까운 미래의 무기체계 적용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기술을 시범적으로 적용해 보고, 필요시 긴급소요로 반영하여 획득하는 사업이다. 과거에는 '신속획득시범사업'과 '신속획득연구개발사업'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현재는 두 사업을 통합하여 '신속시범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2년간 연구개발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R&D 성격을 내포하고 있지만, 본질은 시범적용을 통해 소요 반영 여부를 검토하는 데 있다. 기업이 참여해 기술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시범적용이 곧바로 소요 반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소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보장되지는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을 기술의 군 적용성을 검증하고, 군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할 수 있지만, 사업의 불확실성도 감안해야 한다.


국방실험사업

ICT 기반의 정보화기술을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사업이다. 빅데이터,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전장정보 관리 시스템, 자원관리 체계, 행정업무 효율화 등 다양한 군 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단일품목으로 납품하는 형태가 아닌, 맞춤형 소프트웨어나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므로, 하드웨어 제조보다는 소프트웨어와 ICT 전문기업이 참여하기에 적합하다.


우수상용품시범사용

민간에서 상용화된 제품을 군에서도 적용해 보는 제도이다. 민수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제품이 군 환경에서 문제없이 사용 가능한지를 평가하고, 우수 판정을 받을 경우 군 조달 시 수의계약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다. 이는 중소기업이 군납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경로 중 하나로, 기업이 이미 보유한 상용제품을 군 시장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다만 수의계약권을 부여받더라도 실제 조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군의 조달요구가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군에서의 수요를 발굴하고, 부대 차원의 필요를 설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는 조달청의 혁신제품으로 지정받아 군 조달에서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경로도 있다.




중앙정부의 사업 외에도, 지역별로 방산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지자체가 주도하거나 지자체와 방위사업청이 협력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해당 지역의 중소기업이 방산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방벤처센터 협약기업

국방벤처센터 협약기업 제도는 전국 11개 센터를 통해 운영되며, 각 센터의 운영 예산은 지자체가 100% 부담한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기술인력을 지원해 전문성을 더한다. 국방벤처센터는 지역 내 우수한 민간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해 협약을 체결하고, 방산 진입을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협약기업으로 지정되면 방위사업청의 다양한 방산지원사업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방산 관련 기관에서 해당 기업을 인지하게 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군 시장 진입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효과도 있다. 단순히 협약을 체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방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방산혁신클러스터

방산혁신클러스터는 지역의 방산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주는 사업이다. 지자체와 방위사업청이 공동으로 5년간 약 500억 원 규모를 투자해, 지역 내 산·학·연·관의 방산 인프라를 체계화한다. 이를 통해 기업 간 협력, 연구개발, 시험평가, 인증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수행한다. 경남에서는 1기 사업이 종료되었고, 현재는 구미와 대전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향후에도 추가 지자체를 선정해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클러스터를 활용해 지역 내 자원과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방산시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지원제도를 살펴보면,


방산혁신기업 100 지정

방위사업청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100개 기업을 지정하는 방산혁신기업 100 프로젝트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우주, AI, 유무인복합, 로봇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의 유망한 중소벤처기업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다. 지정된 기업은 방산지원사업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정기업 전용의 맞춤형 지원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국방벤처센터 협약기업과 비슷한 점이 있지만, 첨단기술 분야로 한정되며 국가예산으로 운영된다는 차이가 있다. 방산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지정제도를 활용해 스스로의 기술력을 증명하고,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방산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

방산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은 기업이 방산 진입을 위해 필요로 하는 전문 자문 비용의 75%(최대 3000만 원)를 지원한다. 기술, 경영, 행정, 법률 등 분야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품질경영체계(DQMS) 구축, DQ 인증, 방산원가관리 등 까다로운 절차를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연간 2~3회 정도의 모집 공고가 진행되므로, 기업은 필요 시점과 준비상태를 고려해 신청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이차보전사업

이차보전사업은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을 때 방위사업청이 일정 이자를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방산육성자금(방산업체 대상)과 국방중소 정책자금(중소기업 대상)으로 구분되며,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 3%까지 이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 대출금리가 4%라면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금리는 1%가 되는 셈이다. 다만, 모든 기업이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군수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기업이 해당한다. 이러한 제도는 기업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연구개발이나 생산 투자 여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술변경 제도

무기체계의 부품에는 국방규격이 적용되는데,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 규격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기업은 국방규격 변경이 필요할 경우 기술변경을 요청할 수 있으며, 무기체계의 주요 성능이 변화하는 경우에는 방위사업청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국방기술품질원이 승인을 담당한다. 승인 과정에서는 체계기업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 체계기업은 해당 무기체계를 양산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기술을 수용할지 여부가 실제 적용 가능성을 좌우한다. 따라서 기술변경 승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사전에 체계기업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국방규격이 따로 없는 부품의 경우에는 별도의 기술변경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교육사 첨단전력실험

육군 교육사에서 운영하는 첨단전력실험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실제 군 환경에서 시범적으로 적용해 보고 피드백을 받는 사업이다. 앞서 설명한 신속시범사업, 국방실험사업, 우수상용품시범사용처럼 공식적인 소요반영이나 수의계약 혜택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또한, 실험에 필요한 비용은 전적으로 기업이 부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의 실제 사용환경에서 제품의 성능을 검증하고, 군 내부의 피드백을 수집할 수 있는 기회로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현재 군 소요 반영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서도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계기업 기술교류

체계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교류는 방산 진입을 준비하는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체계기업은 무기체계를 종합적으로 설계·양산하는 주체로서, 방산시장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체계기업과의 협의와 피드백 없이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되기 어렵다. 체계기업 기술교류는 국방벤처센터 협약기업이나 방산혁신기업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되며, 중소기업이 자신의 기술을 소개하고 적용 가능성을 검토받을 수 있는 자리이다. 설령 당장 협력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기술의 보완점이나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고 사업전략을 수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살펴본 각종 시범사업과 지원제도는 '약물'에 비유할 수 있다. 병증을 가진 기업에 맞춰 적절한 약을 처방하듯, 다양한 제도를 조합해 맞춤형 진입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특히 체계기업 기술교류나 첨단전력실험은 '처방전'이 필요한 약물처럼, 사전에 협약기업 선정이나 방산혁신기업 지정을 요한다. 궁극적으로 방산중소진단방법론의 핵심은, 기업의 병증을 정확히 진단하고 국방 R&D, 비 R&D, 시범사업, 각종 제도를 맞춤형 처방전으로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방산시장 진입과 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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