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일찍 두 아이를 나아서 그런지 아이를 키우는 내내 늘 조바심과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특히 둘째가 발달이 너무 늦어서 항상 걱정이 많았다. 얘는 왜 이렇게 말도 늦고, 행동도 늦고, 또 낯은 왜 그렇게 가리는지.
말도 잘 못하고 기저귀도 못 땠던 둘째 덕에 보육시설은 꿈도 꾸지 못했다. 적어도 "엄마 누가 때렸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내자고 생각했었다. 나는 일하는 엄마였지만 다행히 친정엄마가 바로 옆에 사셔서 도와주셨기 때문에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4살까지 집에서 양육할 수 있었다.
둘째 언어 치료를 받다가 선생님께서 이제는 친구들과 소통을 통해 말이 빠르게 늘 수 있다고 해서 처음으로 보육시설을 찾았다. 너무 걱정이 되어서 온 동네 어린이집과 그 당시 유행했던 놀이학교를 빠짐없이 투어 했던 것 같다. 고르고 골라 신중하게 정한 놀이학교. 매우 소규모에 유명한 곳도 아니었지만, 선생님들의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담임선생님이 둘째의 부족함을 메꿔주시기 위해 엄청 노력을 많이 해 주셨다. 둘째의 언어와 사회성 발달을 위해 항상 친구들과 어울리게 해 주셨고, 그걸 나와 공유하고자 하셨다. 그래서 둘째가 말을 잘 못해도 선생님을 믿고 5살 때 1년을 보냈다.
6살이 되어서 남편 일로 부산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5살 때 선생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믿고 아이를 보냈었기 때문에 나는 또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다들 영어유치원에 보내길래 나도 보내야 하나 고민하며 부산에 있는 거의 모든 영어유치원을 투어 했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인지 영어유치원을 투어하고 몸살이 나자 남편이 오죽하면 "누가 보면 영어유치원을 낳는 줄 알겠다"며 놀려댔다.
영어유치원에 처음 보냈기 때문에 정말 촉각을 곤두세우며 아이를 관찰했던 것 같다. 선생님이 무섭진 않은지, 점심밥은 잘 나오는지, 영어교육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나도 영어교육에 대해 잘 모르면서 관찰하고 평가하며 마음에 안 드는 것만 곱씹었다. 여기는 왜 이렇게 운영할까, 여기는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시설에는 왜 이렇게 투자를 하지 않는 거야.. 불만만 가득하고 선생님들을 불신한 채, 계속 유치원에 보냈다. 다른 곳에 옮기려고 했지만 겁이 많은 아이들이라 새로운 곳을 안 가려고 해서 억지로 1년을 보냈다.
결론적으로 내 기억에 5살 때 보냈던 놀이학교는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아이의 발달을 도와주었던 곳, 6살 때 보냈던 영어유치원은 체계가 없고 아이들을 살뜰히 보살피지 않으며 내가 늘 불만에 가득 차서 아이를 보냈던 곳이다.
그런데 몇 년 후, 둘째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5살 때 놀이학교 선생님이 너무 무서웠다고. 자기는 말을 잘 못하는데 선생님이 너무 엄격하고 놀이학교에 있던 시간이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엄마는 왜 나를 거기서 꺼내주지 않았냐고 원망했다. 그리고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6살 때 영어유치원 시절이라고 했다. 외국인 선생님이 자유롭게 해 주었고, 점심시간마다 놀이터에 나가서 함께 놀아주는 정말 따뜻했던 곳이라고 했다. 엄마가 그 유치원을 보내준 것이 제일 고맙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거랑 완전히 반대로 아이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인 내 앞에서만 아이를 매우 챙기는 척했던 놀이학교 선생님이 원망스러웠고, 그보다 더 내 감정에 빠져 아이의 마음을 헤아지리 못했던 내가 더 원망스러웠다. 내가 너무 예민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면 아이의 괴로움을 눈치챘을 수 있었을까. 아이가 영어유치원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다면 내가 괴로워하며 유치원에 보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온갖 후회가 밀려왔다.
처음 육아를 하면 엄마는 늘 당황하고 고민하고 애를 쓴다. 아이들이 다 커서 돌이켜보면 엄마가 그렇게 예민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다 잘 크는 것 같다. 어떤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면 그때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미리 일어나지도 않은 문제를 걱정하며, 의심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면 오히려 관찰해야 할 아이의 모습을 놓치고 만다. 그때 알았더라면 조금 더 편안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었을까. 육아에서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