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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란 Apr 19. 2022

수족관의 끝과 끝

밴쿠버 아쿠아리움Vancouver Aquarium

재택으로 일하는 남편은 주중에는 거의 내내 집에만 있는다. 원래도 프로 집돌이인데, 코로나 이후 재택이 장기화되며 일하는 방에 틀어박혔다. (남편의 재택은 2년 2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아직 재택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에는 남편을 집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좀 떨어진 곳으로 원정 산책을 떠나기도 하지만 가끔은 뭔가 특별한 게 필요하다. 그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많은, 특히 실내 구역은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다녀보기로 한 참이기도 했다. 


스탠리공원 내에 있는 밴쿠버 수족관은 여러 의미로 흥미로운 곳이었다. 1인당 40달러가 넘는 비용은 부담이기도 했지만, 우리는 연간회원에 등록하고 일 년 내내 자유롭게 드나들기로 했다. 수족관에 가기 전, 구글 맵 리뷰에서 이런 글을 봤다. '코엑스가 훨씬 좋다!'

좀 재수없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한국의 동물원과 수족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수족관에는 죄책감이 좀 덜했는데, 노르웨이의 트롬쇠 지역에 있는 폴라리아 수족관에서 진정한 수족관이 뭔지 알게된 후에는 그 어떤 곳에 가도 마음이 조금은 불편했다. 그런 이유로 밴쿠버 수족관에 가기 전에 후기를 검색했던 건데, 상위에 있는 후기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곳'이래서 마음이 좀 놓인 터였다. 결론은 뭐, 비슷했다. 마음의 불편함이 썩 없었던 건 아니라는 뜻이다. 몇 년 전에는 벨루가나 돌고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세상이 바뀌어가면서 그들은 바다로 돌아간 모양이라 다행이었지만 여전히 이곳도 나아갈 길이 멀어 보였다. 수족관에 원숭이와 나무늘보는 왜 있는 것이며, 구조를 해서 돌봄이 필요한 개체 외 바다동물도 꽤 있는 것 같았다.


7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편과 종종 폴라리아 수족관에 갔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곳을 '아무것도 없는 수족관'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수조는 대부분 해초들이 숨쉬고 있었고 물고기도 아주 조금 본 것 같다. 물개 쇼가 있었는데, 그건 구조되어 치료 중인 물개들에게 사육사가 먹이을 주면서 상처가 얼마나 아물었는지 돌봐주는 걸로 끝났다. 이 '쇼'를 보고, 남편과 나는 큰소리로 웃으면서 이렇게 기분 좋은 물개 쇼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 수족관은 북극의 생물들을 관찰하고 돌보는 데 목적이 있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자체로 좋았다. 본 것은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많은 걸 본 기분이었다.


밴쿠버 수족관에 다녀오며 남편과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수족관의 끝과 끝을 다 본 기분이라고.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추라우미 수족관이 맥시멈의 끝이었다면, 폴라리아는 미니멈의 끝이었다. 밴쿠버 수족관은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그 중간 어딘가라고 해야 할까. (내 기준에 코엑스 수족관은 추라우미 쪽에 가깝다.) 꽤 많은 해양생물들을 볼 수 있었고, 신기한 마음이 있었던 것도 그래서 잠깐씩은 즐거워진 것도 사실이다. 양서류나 파충류도 제법 있었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육상 동물들도 있었다. 볼 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이 바다로 떠내려가면 해파리처럼 보여서 거북이들이 먹으려고 하다가 플라스틱에 감긴다는 내용이나, 의류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세탁할 때마다 바다로 가게 되어 해양 생물을 아프게 한다는 내용들이 아이들 시선에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잘 전시되어 있어 좋았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많아야 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역시나 물음표가 뜬다.


동물을 전시하는 것을 반대하고 또 반대한다. 이건 해양동물을 비롯한 해양생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의 손길은 도움이 필요한 생물들에게만 적당히 주면 되지 않을까. 왜 수족관에 해양생물이 많지 않은지 알려주고, 이곳에 있는 동물과 생물들은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전해준다면 수족관의 의미는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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