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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란 Apr 19. 2022

캐나다 영주권을 받았다


2주 전쯤, 영주권 승인 레터를 받았다. 

작년 7월쯤에 최종 신청을 했으니, 한 9달 정도 걸렸나 보다. 원래는 6-8개월 예상하고 있었는데 조금 늦어졌지만, 뭐... 애초에 영주권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서 그런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은 그냥 될 대로 되라 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그 기간 동안 정말 아무 생각 없었다. 그래서인지, 영주권이 나왔을 때도 나왔구나 하고 말았는데 의외로 남편은 좀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며 좋아하는 걸 보니, 혼자 애태웠을 것 같아서 좀 미안했다.


우리는 이민을 목적으로 캐나다에 온 것도 아니라서 시민권은 여전히 1도 생각이 없다.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다. 1년에 한 번 정도 워크퍼밋을 갱신해야 하는 것도, 서류도 남편 회사에서 다 준비해주고 국경 가보는 것도 재미있어서 크게 귀찮지 않았다. (딱 한 번 해본 거라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귀찮은 건, 워크퍼밋을 받은 후 SIN(Social Insurance Number)이나 의료보험을 갱신하는 게 귀찮으면 귀찮았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영주권 역시 생각도 없었는데, 모든 시작은 우리가 몬트리올에서 밴쿠버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밴쿠버로 간다고 하니, 모두가 그럼 영주권 신청하면 되겠다고 했고 남편 회사에서도 영주권 신청할 거냐고 묻고... 그래서 알아봤더니 몬트리올이 있는 퀘백 주보다 밴쿠버가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가 영주권을 받기 매우 수월하다고 했다. 남편의 상황이 밴쿠버에서 바로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기도 했고. 

결국 주변 분에게 좋은 업체를 소개받아서 그곳에서 알려주는 대로 신청에 들어갔다. 물론, 업체를 통해 하는 건 돈이 많이 들고 주변에 셀프로 신청한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 역시 그 방법도 고민했으나... 나의 신조 중 하나는 '전문가는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는 거다. 좋은 업체를 소개받은 덕분에 우리는 영주권을 신청하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도 스트레스를 조금도 받지 않았다. 혹시 서류가 잘못 된 건 아닐까 하는 초조함도 우리가 가질 것은 아니었기에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했다. 


영주권이 승인되고 나니 SIN도, 의료보험도 또다시 갱신해야 되고... 운전면허 센터와 은행에도 신분이 변경되었음을 알려야 한다. 이것도 누가 해주면 좋겠...지만 내가 해야지 뭐. 그리고 5년간은 별일이 없는 한, 편안하게 이곳에서 지내면 된다. 캐나다 어느 곳으로 이사도 가능하다. (물론 더는 주를 옮기는 이사는 없다... 이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었다.) 1년 정도는 무료 영어 수업도 받을 수 있고, '돈이 있으면' 집도 살 수 있다. 한국에 다녀올 때 운이 나빠도 국경에서 잡힐 일은 없고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다. 

어떻게 보면 삶의 큰 부분이 바뀐 건데, 여전히 남편과 나는 변화한 것이 조금도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적당히 한국을 그리워하면서, 적당히 이곳의 삶에 만족해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이고, 삶의 질이란 얼만큼 지금 삶에 만족하고 더 욕심내지 않으려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그렇다면 아직은 꽤 잘 살고 있는 걸로 한다. 앞으로도 그러길 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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